글로 밑줄을 긋다.
읽는 습관을 바꾸기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집안 곳곳 흩어져 있는 책은 날개를 보았을 때 인덱스의 유무에 따라 명백히 년도가 나뉜다. 밑줄을 긋는 기준이 예전의 그것과 같다면 인덱스는 다른 레벨(?)의 중요도를 갖고 있다는 표식. 다시 읽어 봐야 하거나 필사가 필요하거나 어느 때는 무의식적으로 남긴다.
분명히 둘 다 내 책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데. 가끔 그 시간의 경계를 선 기분이 드는 것은, 이것과 저것에 양다리를 하나씩 딛고 서서 좌우로 오가는 기분. 벌써부터 습관이라 불러도 되나 싶게 밑줄만 그어 둔 책과 연필이 지나간 문장 옆으로 인덱스가 붙은 책이 엉켜있는 것도 그런 혼돈에 한 몫하는데. 당장이라도 읽고 있는 책장을 넘기면서 밑줄 옆으로 인덱스를 붙이지 않고 지나가면 해당 페이지 뒤 책날개는 과거의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나의 삶도 그런 것인가...
삶에서도 그와 유사한 형태로 밑줄을 긋거나 인덱스를 붙이는 행위는 무엇으로 대체되고 어떤 사건이 될 것인가. 그리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로 습관이라는 단어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질문이 쏟아진 책상.
나의 생이 한 권의 책이 된다면, 오늘의 나는 밑줄인가 인덱스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쉬이 넘겨진 책장의 한 페이지 인가.
무엇이건 간에 의미가 있는 날.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