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현명하지 못한 사건 해결 능력
이혼 신청서에 이혼 사유란이 있었다.
거기에는 배우자의 부정이나 학대 등과 함께 성격차이도 있었다.
별 고민 없이 나도 거기에 체크를 했었다.
그런데 성격차이라는 것은 참으로 애매한 이유다.
내 안에도 여러 가지 성격이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과 내가 성격이 똑같을 수 있나?
부부간의 성격 궁합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성격이 정반대여야 잘 산다느니, 비슷해야 잘 산다느니 하는 말은 때에 따라 그리고 화자에 따라 그때그때 편리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사실 둘 다 나름 수긍 가는 면이 있으니 상황에 따라 모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나의 경우도 서로 성격 상 비슷한 면도, 다른 면도 있었다.
처음엔 그 다름이 긍정적으로 다가왔고 나중엔 감당하기 버겁게 느껴졌다.
처음엔 그 비슷함을 운명적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엔 서로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나의 힘들었던 결혼생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성격차이가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함께 살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 앞에서 그것을 해결하는 태도나 방식이 너무 미숙하고 어리석었다.
한마디로 멍청했다.
가끔 잠들기 전 파편 같은 작은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이불킥을 하고 몸을 뒤집어 얼굴을 바닥에 파묻고 한참을 있곤 한다.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지만 그랬다.
지금의 내가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말하고 행동하리라 확신할 수는 없다.
많이 희석된 나쁜 감정 속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과 이성보다 더 강한 감정의 폭풍 한가운데 있었던 그때의 상황은 다른 것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이혼하게 된 것이 성격차이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것이 원인이 아니고 서로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 너무 잼병이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는 것은 너무도 간명한 사실이다.
그때... 나 스스로 덜 상처받도록 애써야 했다.
그때... 상대방에게 덜 상처를 주도록 노력해야 했다.
서로 자기 상처만 아프다고, 자기 상처를 좀 봐달라고 떼쓰는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갈등과 싸움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서 지혜롭게 해결했어야 했다.
"왜 이혼했어?"
"성격차이지 뭐..."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변명 같다.
일종의 면죄부 같다.
솔직해지려면 이제부터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이 부족했었어...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