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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군 Oct 16. 2023

노력

나는 그만 노력하고 싶다

평등, 공정, 인내, 양보, 희생처럼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격하게 긍정하는 단어 중 하나가 '노력'이다. 

언제나 '노력'하는 행위는 숭고하며 '노력'하는 사람은 훌륭하다. 

반면 '노력'하지 않는 태도는 비난받아야 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노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녀석은 아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본성인 '게으름'에 정면으로 맞서 이겨야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노력을 강조한다. 

사랑도 프린트된 사진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색이 바랜다. 

그것이 당연할 터인데 사람들은 디지털 파일의 이미지처럼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사랑에도 '노력'이라는 치트키를 꺼낸다. 

노력해야지...

노력했어야지...

노력 없이는 사랑도 유지되지 않아...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마저도 노력을 통해 꽉 붙잡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란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누군가는 애써 노력하여, 심지어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나와 상대방의 마음은 변함없다고 믿고 싶어 할 것이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란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누군가는 서로의 감정이 변해가는데 이것을 노력하여 붙잡아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혼돈스러울 것이다. 

나도 이성적으로는 아직 전자에 가깝지만 감정적으로는 후자에 더 동의하는 편이다. 

조금은 진중하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며 합리적이지 못하고 이기적이라 비난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너무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낭만을 단박에 소멸시킨다. 

노력이 강조되는 순간 사랑은 더 이상 그 사랑이 아니다. 

믿음, 연대의식, 동지애, 전우애 등을 말하는 또 다른 의미의 사랑으로 바뀌는 것이다. 

가족으로서 내 연인이나 배우자와 그런 감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이다. 

또한 새로운 사랑의 감정이 생겼으니 그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논리도 아니다. 

다만 사랑이라는 감정에까지 적용하려 하는 노력에 대한 과대평가를 비판하는 것이다. 

많은 나 같은 아재, 아지매들의 꿈 중 하나는 '무위도식'이다. 

그 실현 방도 중의 하나가 바로 '건물주'이다. 

이 아재, 아지매들의 헛된 꿈에 영향받아 심지어 초등생들도 장래 희망에 '건물주'를 적어낸다는 얘기를 듣고 실소를 한 기억이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한 공통된 희망사항이 되었다. 

결국 '갓물주'가 되고 싶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표현이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노력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재미로, 취미 생활로, 그래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노력은 할 수 있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노력은 안 하고 싶다는 단호한 의지의 발로이다. 

나도 일 안 하고 노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자신의 커리어를 중단시키고 일찍 은퇴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빠른 은퇴'가 나의 꿈이 되었다. 

내가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노력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 대충 시리얼을 우유에 섞어 마시고 허둥지둥 출근하는 일상은 그만하고 싶다. 

느지막이 일어나 느긋하게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는 여유를 매일 누리고 싶다.

오후에는 소설책을 읽다가 30분 정도 달콤한 낮잠도 자고 싶다. 

해 지기 전 저녁을 차리고 여유 있게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싶다.   

솔직히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힘들게 노력하는 것이 그리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나친 노력을 강요하지 말자. 

적당히 노력해서 적당히 사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다. 

다른 사람의 노력에 무임승차하여 흡혈하는 삶만 아니면 된다. 

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 가지 다짐을 해야 한다. 

노력을 줄이는 만큼 욕심도 줄여야 한다.

노력은 적당히 하면서 남보다 훨씬 더 많은 부와 성공을 거두길 원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그러면 원하는 행복도 결코 얻을 수 없다.  

욕심을 줄여야 노력을 줄여도 행복할 수 있다.   

이게 공평한 세상살이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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