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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가 Jan 26. 2024

이사

냉골에 새우잠을 청한다

오래도록 나가지 않은 방이라

보일러를 끊어 놓았다 했다


케케묵은 먼지 내음새가 온기를 집어삼킨 밤

이불 한 장 없는 방에

겨울 땀이 배어든 옷자락을 한 옴큼 쥐고

눈을 질끈 감아보는데


아직 못다 언 수도관을 따라 흘러

똑똑

노크하는

수성(愁聲)을 듣고 있노라면

흐를 하루가 남았다고

날 깨우는 소리 같아

목구멍 끝으로 울멍진 담이 무너진다


너는 얼고 깨어지지 않을 것 같으냐


수도관을 잠그고

다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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