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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가 Jan 29. 2024

나의 소리

저 나무 아래서

소원을 달 한 품 차오를 때까지 빌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 하여,


무엇이 내 소원을 이루어주리라고?


응당 신이 아니겠어?

정성에 감복하시어 응답해 주시는 걸테지.


신이 어디 있으리라고.

신이 있다면 나를 이리 버리고 살진 않았을 거야.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독 차오른 내 인생

기구하다면 들어다오.

하는 마음으로 꼬박 보름을

손아 닳아라 빌어보았다.


달 차올라,

일어나 흙먼지 툭툭 털어내니

마음 한껏 덜어낸 산뜻한 물내음.

무릎 무겁게 달아놓은 그 자리

나의 무게로 옴폭이 패였다.

허리 꺾여 짓이겨 눌린 풀,

믿음 없는 한 줌 지푸라기를 기도 하는 보름간

반 평짜리 방석이었다.


저 자리엔

희망 없는 자가 희망하는

열병과 인고의 시간이

약으로 달여져 있다.


무얼 빌었어?


네가 내 속에서 사라지길 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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