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무 아래서
소원을 달 한 품 차오를 때까지 빌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 하여,
무엇이 내 소원을 이루어주리라고?
응당 신이 아니겠어?
정성에 감복하시어 응답해 주시는 걸테지.
신이 어디 있으리라고.
신이 있다면 나를 이리 버리고 살진 않았을 거야.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독 차오른 내 인생
기구하다면 들어다오.
하는 마음으로 꼬박 보름을
손아 닳아라 빌어보았다.
달 차올라,
일어나 흙먼지 툭툭 털어내니
마음 한껏 덜어낸 산뜻한 물내음.
무릎 무겁게 달아놓은 그 자리
나의 무게로 옴폭이 패였다.
허리 꺾여 짓이겨 눌린 풀,
믿음 없는 한 줌 지푸라기를 기도 하는 보름간
반 평짜리 방석이었다.
저 자리엔
희망 없는 자가 희망하는
열병과 인고의 시간이
약으로 달여져 있다.
무얼 빌었어?
네가 내 속에서 사라지길 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