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헌다이카드 더 블랙팬서 에디션 빠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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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티 타워의 가장 비전 없는 본부에 남거나, YK 회장 지시하에 생길 신규 법인에서 일을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사업개발이라... 김 대표 대리는 본인이 하찮은 장사나 하고 싸바싸바하며 영업이나 뛰고 엑셀에 숫자 넣으며 파이낸셜 스토리나 쓰자고 서울 소재 명문대 컴퓨터공학 전공을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이 좋아 회사의 성장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이지 결국 소프트웨어의 틀을 짜고 거기에 코드를 집어넣는 등의 전문 기술을 사용하는 업무가 더 고귀하지 않나 생각한다.
거기에 반팔티에 다니는 원인은 사실상 국영기업이지만 연봉은 사기업 최고 수준으로 준다. 공무원과 대기업의 장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게 바로 꿈의 직장 아닌가 김 대표는 생각한다.
게다가 반팔티가 하는 사업에 진입하려면 큰 고정비용을 써야 하는데, 이미 3개의 플레이어가 장악한 시장을 먹겠다고 무리하게 들어오는 회사가 거의 없다. 때문에 수익이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적어도 저출생으로 한국이 소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렇게 공무원의 안정감에 돈도 많이 주는데 반팔티를 떠나야 하는 원인을 김 대표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오래오래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여 대기업 취업한 것이지, YK 회장이 이야기하는 기업가정신과 새로운 도전 그리고 사업의 확장을 바라보고 반팔티에 온 게 아니다. 김 대표는 갑자기 유년시절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스파르타 학원을 다녔고, 과외도 많이 받았다.
김 대표의 부모님은 돈을 아끼지 않고 사교육에 투여하였다. 김 대표에게 명문대 간판을 주기 위해 많은 재산을 사용하였고, 결국 노후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아 서울에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김 대표는 서울의 명문대와 반팔티에 합격했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김 대표를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써서 반팔티 타워에서 근무하게 해 준 부모님이다. 김 대표는 가난한 부모님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품도 실력도 좋은 석 과장과 일하면 참 좋겠지만, 김 대표가 새 회사 차린다고 고생하는 동안 반팔티 동기들이 반팔티 타워에서 꿀 빨 걸 생각하니 용납이 되지 않는다. YK가 이야기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고 반팔티에 온 게 아니다. 공무원과 대기업의 적절한 밸런스를 누리기 위해 온 것이다.
김 대표는 따뜻한 카모마일을 마저 마시고 이제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하려 한다. 구ㅇㅇ을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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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인스타밀리그램 돋보기를 뚫고 나온 여성분이 먼저 와서 앉아 있는 걸 확인한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안녕하세요? 김 대표입니다. 구ㅇㅇ씨 맞으시죠?'
구ㅇㅇ이 잠시 일어나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구ㅇㅇ입니다. 반가워요.'
구ㅇㅇ이 김 대표를 위아래로 스캔하더니 한 마디 던진다.
'어머어머 키가 크신데 비해 발이 작으시네요. 발 사이즈가 혹시 250이신가요?'
김 대표는 구ㅇㅇ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답변한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주말에는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남성 회원분들의 요가삭스 사이즈를 봐 드리거든요. 참, 필라테스 강사의 몸매는 가끔 마케팅과 영업의 요소로 활용되어서 식단 조절을 하고 있어서 오늘 차 한잔을 하고 싶었어요. 괜찮으시죠?'
김 대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벌써 배가 부르다. 당연히 괜찮다.
'네 아무 상관없습니다(꼬르륵).'
'어머어머!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뭐 드실래요? 제가 주문할게요.'
김 대표가 배에서 꼬르륵 나는 소리를 듣고 돈을 쓰겠다고 하는 이 여자. 김 대표는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둘은 계산대 앞으로 가 메뉴를 본다. 그리고 김 대표는 구ㅇㅇ에게 이야기한다.
'매콤 소시지 불고기 베이크랑 화이트 초콜릿 모카 프라푸치노 먹겠습니다. 제가 계산할게요.'
'어머어머 아니에요 무조건 제가 계산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계산해요. 차 한잔만 드시는걸요.'
김 대표는 영어 문자 G가 끝없이 있는 패턴의 지갑을 꺼내 반짝 반짝이는 프리미엄 VVIP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전달했다. 내심 구ㅇㅇ이 그 장면을 봤으면 하면서 말이다.
결제를 하는 김 대표를 보더니 구ㅇㅇ이 입을 연다.
'어머어머 김 대표님은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안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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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어머 아니에요. 제가 가지고 올게요. 앉아 계세요.'
김 대표는 구ㅇㅇ이 음식과 음료를 가지러 간 동안 생각에 빠진다. 황금빛 나는 프리미엄 VVIP 카드 연회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구ㅇㅇ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리에 돌아오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카드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머어머 기운 빠진 거 같아요. 자, 배 많이 고프죠? 어서 먹어요.'
김 대표는 일단 베이크를 집으면서 이야기한다.
'고마워요 구ㅇㅇ씨.'
베이크를 몇 입 먹은 걸 확인한 구ㅇㅇ은 질문을 한다.
'김 대표씨는 왜 "헌다이카드 더 블랙팬서 에디션 빠이브 카드"를 커피 결제하기 위해서 쓰셨나요?'
김 대표는 뜨끔한다. 이미 구ㅇㅇ은 이 카드의 이름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알고 있었고, "헌다이카드 더 블랙팬서 에디션 빠이브 카드"는 항공, 명품, 면세 그리고 골프 관련 혜택이 있지만 커피숍 할인은 없다는 것도 이미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있어 보이지 않나요? G도마뱀도 쓰는 카드인 건 아시죠?'
구ㅇㅇ은 깔깔 웃으며 어이없다는 듯 답변한다.
'어머어머,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세요~ 저 그래도 반팔티보다는 더 힙한 회사에 다녀요. 그 카드 혜택 뭐뭐 있는지도 다 알고 있는걸요. 그럼 그냥 있어 보이기 위해 사용하시는 건가요?'
사실이다. 반팔티 내부에서도 올드해 보이는 BPT 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논의되고는 한다.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김 대표이다.
반대로 김 대표 또한 구ㅇㅇ에게 사려 깊지 못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헌다이카드 더 블랙팬서 에디션 빠이브 카드"를 폄하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분들은 원래 돈 많은 남자 좋아하지 않나요?'
김 대표가 억울하다는 듯 답변하며 물어보았다.
'반팔티 다니고 취업도 일찍 한 거 같아 돈 많아 보이기는 했어요. 돈 많아서 나쁠 건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김 대표씨는 돈이 많은 거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구ㅇㅇ은 말을 이어 나간다.
'저희 아버지가 사업하시기에 가끔은 클라이언트 골프 접대도 하고 해야 해서 "헌다이카드 더 블랙팬서 에디션 빠이브 카드"에 대해 잘 알게 되었는데 마침 김 대표씨가 사용 중이었네요.'
'카드 연회비가 300만 원 그리고 결정사 상 기재해 주신 취미에 골프가 없었으므로 모르긴 몰라도 명품 또는 여행에 돈을 많이 쓰시는 분 같아요.'
'어머어머 제가 너무 분석적인가요? 저도 나이 28이고 곧 결혼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꿈에 그리던 30살 전에 결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물어볼게요.'
당돌한 구ㅇㅇ씨가 엄청 매력적이다. 이런 여자는 없었다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어떤 질문일지 김 대표는 궁금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김 대표씨 지금 모아둔 돈 하나도 없죠?'
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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