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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Jun 29. 2023

비 오는 오늘,, 살짝 흘려본 눈물.

비는 사람마음을 약하게 하네요

여러 가지 개인적인  복잡다단한 일들로, 한동안 몸과 마음이 어지럽고 바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오늘은 꼭 '새벽산책'을 하겠노라 다짐하며  어젯밤에는 쬐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토해낼 듯  먹구름을 잔뜩 머금었고, 날씨앱에서는 하루종일 '폭우' 예정이라며 외출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겁을 주고 있었다.



하지 말라면 더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지, 몹시도 나가고만 싶었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만 해도, 비는 시작되지 않은지라, 큰 우산, 작은 우산 (?)을 잠시 고민하다.. "그래!! 가볍게 나가자..

8시 이후부터 비가 온다 하니, 괜찮을 거야.. 혹여 비 오면  그냥 맞지 뭐... 비 좀 맞으면 어때?"라며 작은 휴대용 우산을 들고 총총이 집을 나섰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 아 새벽공기의 신선함은 비타민이고  활력이야!"

나는 그동안의 우울함을 떨쳐내고자

신나는 음악에 몸도 살짝 흔들었고, 기분 전환을 위해 애써도 보았다.


아무래도 비가 예보된 탓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은 평소의 거의 1/5 수준.. 꽤나 한가로웠다.


30여분의 산책의 즐거움도 잠시, 옥수수 알갱이 정도의 느낌으로 시작된 빗방울은, 어느새 붉은 강낭콩 정도의 크기로 확대되어 사정없이 내 등짝을 후려치고 있었다.


내가 가진 휴대용 우산정도는 아예  뚫어 버릴 듯 몹시도 거세게..시간이 흐를수록 '폭포'느낌으로 변하더니 우산도 필요 없는 지경이 되버렸다.


 어떤 운동객은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탓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장렬히 비를 온몸으로 맞았고, 아예 천천히 걷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나도  30여분이 걸리는지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비 맞기 대열에 그냥 동참하기로 했다.


옷도 머리도 얼굴도 운동화도 다 젖었으므로, 어느 순간 아예 고인 물도 피하지 않고 타박타박 갖은 상념에 젖어들며 비를 맞아보았다.




누구나 '비'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비'는 여고시절 비가 몹시도 많이 내렸던 어느 , '야간자율학습'후  집 근처 정거장에 내린 나를, 우산 들고 기다려 주던 부모님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늘 과수원일로 바빴던 부모님.. 피곤함에 초저녁부터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지라, 자식들이 막차를 타고 오는 밤 11시경에 비 온다고 나와줄 수는 없는 것을 충분히 알았다.


하지만. 덤덤하고 무신경한, 남동생들과는 달리, 책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집으로 뛰어가며, 속상해하고 서러워하던, 이 딸네미만큼은 꽤 신경이 쓰였는지, 웬만하면 우산을 들고 꼭 나와주셨다.


가끔씩은 여분으로 1-2개 정도의 우산을 더 준비하여, 이웃 친구들에게 빌려주시기까지 하는 센스를 발휘해 주셨다. 그게 뭐라고 그리 뿌듯하고 행복해했는지.. 부모님이 나오지 못한 친구 앞에서 "나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고!!"라며 으스대는 느낌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곧이어....


울 딸들 어렸을 적 생각도 났다.



다소 시크하고 냉감 넘치는 큰딸과는 달리, 둘째 딸은 쓸데없이 날 닮은 건지 '애달복달' 어려서부터 감정표현이 대단했다.


"울 엄마 너무 멋져! 울 엄마가 젤 이뻐!"라며 기분 좋은 말을 쏟아내어 날 우쭐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난 엄마가 항상 그립고 보고 싶어. 엄마가 맨날 집에 있으면 좋겠어. 비 오는 날은 우산 갖고 학교와 주는 엄마들도 부럽고, 비 맞고 집에 갔는데 깜깜하고 습하고 우울한 기분도 싫어! 난 엄마가 너무너무 그리워 죽을 것만 같아!"

라며 너무 디테일한 묘사와 함께 울어 재낄 때는 뜨거운 눈물이 가슴에 차올라 힘들었다.

  

썰렁한 집안 기운을 견디지 못해 회사로 전화를 해오면, 나는 단박에 상황을 파악하고 '소프라노' 하이톤의 목소리로, "울 딸 학교 잘 다녀왔어? 비 오니까 우울해서 전화한 거야? 괜찮아 괜찮아.. 뭐 치킨이라도 주문해 줄까?"라며 간식으로라도 그녀의 우울을 잠재워주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다.


 그리고, 운 좋게 내 휴무일에 비가 온다면, 미리미리 꽃단장하여  최대한 예쁜 모습으로 예쁜 우산 준비하여 하교시간 맞춰 학교에 갔고..우쭐해진 그녀를 고이고이 영접하여 돌아왔다.(그래야 며칠이나마 약발이 들었다 ㅎㅎ)


맛있는 해물 부침개는 덤으로 부쳐주며,, 그녀의 얼굴에 '하뚜하뚜'를 계속계속 채워드렸다.



오늘의 나는, 나만의 노력이 아닌, 남편의 도움과 희생, 두 딸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 덩어리가 뭉치고  뭉치고...또 모아져

이뤄진 것임을 알기에, 늘 고마움이 있다.


이제는 다 성인인 딸들이지만, 어려서 채워지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아직도 갈구한다며, 계속 계속 본인들을

'아기'처럼 이뻐만 해달라고 한다.


요사이 비 올 때는 지하철 정거장까지 차로 데려다 달라, 아파트 정문으로 우산 갖다 달라며 앙탈을 부릴 땐

살짝 짜증이 나는 순간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도 울 엄마 앞에서 언제나 언제나 '아기'대접만

받고 싶을 때가 분명히 있었으므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려고 한다.


오늘 비는 웬지 나를 센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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