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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Jul 24. 2023

"저 지금 ㄲㅊ 만지는데요!!"

성적 수치심, 성적 모욕감, 성적 불쾌감, 성적 빡침 등에 대하여..

그제 토요일, 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손아래 올케가(남동생 wife) 방학을 했다며  울 집에 놀러 왔다.

 

요사이 사회적 이슈가 아무래도 모 초등교사의 자살을 둘러싼 '교권회복'인지라, 올케는 본인이 겪은

여러 가지 학교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과거 ,그녀가 수업 중에 계속 바스락 거리고 낄낄 웃는  남학생이 있어, 다가가  "너 수업 집중 안 하고 지금 뭐 하니?"라고 물으니..

그 학생이 방긋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하기를 "저 지금 "추"만지는 중인데요!"라고 했다는 거다.

 (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올케는

꽤나 당황스러웠지만, 만만하게 보이기 싫어서  "그래! 하던 일 계속 열심히 해라!"라고 그냥 무시하고 돌아섰다고 한다.  (이 대답에 우리는 또 한번 빵!! 터지긴 했다.ㅎㅎㅎ)



이런 경우, 얼굴이 발개지거나, 당황하여 버벅거리거나, 학생을 제대로 휘어잡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오히려 만만한 여선생님이 되어, 계속 덤벼드는 학생들이 생기므로, 각종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연구한다고도 했다.


학교에서는 혼자 대적하려 하지 말고, 훈육 담당 선생님이나/남자 체육쌤등을 불러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학생과의 대처에서

눈을 먼저 내려 깔든지 등 밀리는 반응을 보이면, 학생들도 계속 그 선생님을 만만하게 생각하니, 너무 화난다고 했다.


문제 학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자꾸 이슈화되면  동료교사들 사이에서도 "왜 저 선생님반은 자꾸 말썽이지? 담임이 다소 무능력???"

이런 분위기까지 형성되니 본인이  왜 교사를 하고 있나? 하며 참담한 생각이 자주 든다고도 했다.


  물론, 다수의 좋은 학생들 중에 가끔 있는 문제학생들의 사건이긴 했지만, 본인이 겪은 '성적 모멸감''수치심''성적 빡침'은 도대체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냐며 탄식했다.





이 얘기를 듣던, 큰딸이 갑자기 거들고 나섰다.


딸의 친구가 초등학교 보건선생님으로 근무 중인데,  3학년 여학생이 '복통'을 호소하며 양호실로 왔다고 했다.

 이래저래 문진 하며 상황을 알아보니, 왠지 생리통인 듯하여 '너 생리하는 거 아니니?"라고 물었을 뿐인데...

이튿날 그 여학생의 부모가 딸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며 이의를 제기해 왔다고 했다.


딸이 '성 조숙증'이라 일찍 생리를 시작한 탓에,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몹시 예민해 있는데..

갑자기 양호선생님이 다 안다는 듯이 물어본 게 몹시 불쾌하고 화가 났다고 한다.


결국, 양호선생님이 정중히 사과하고 해결되긴 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몇 번이나, 곱씹어가며  아이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득달같이 달려오는 학부모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현실이 기가 막히다고 했단다.


  


이 주제를 논하다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나의 에피소드도 있다.


항공사에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휠체어 서비스'가 있다.


그런데, 하루는 '휠체어 서비스'를 받았던 여자 승객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장문의 컴플레인 메일을 보내왔다.


깜짝 놀라 상황을 확인해 보니,,


보통 승객이 휠체어에 앉으면, 승객의 짐을 어딘가에 두어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보니, 승객 다리사이에  끼워 넣어 이동을 도와주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때 가방은 주로 기내용 작은 사이즈의  캐리어임)



담당 직원은 늘 하던 데로 "손님! 가방을 넣어야 하니 다리 좀 벌려주세요!"라고 말했을 뿐인데..

(마침 남직원이긴 했음)


승객은 "다리 벌려 주세요!"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하며 본인은 몹시 수치스러웠고 제대로 된 사과나 조치가 없을 경우 '고소'를 하겠다며 엄포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 ㅠㅠ


오랜 기간 항공사 근무하며 다양한 클레임건을 겪어 보았지만, 이 또한 말문이 막히는 사건이었다.


마침 나는 당시 해당 근무직원은 아니었지만, 그날 그 상황에 연루된 직원으로부터 대리며 차장까지 모두가

상황설명과 '경위서/사과문 제출' 등으로 '곤욕'을 치러냈던 게 떠오른다.


"아니 뭐 다리 벌려달라는 게 수치심 유발이면, 도대체 뭐라고 하란 말인가? "영어로 해야 하나?" "다리님 좀 움직여 달라!" 해야 하나? 이런 클레임까지 우리는 굽신굽신 하며 사과해야 하나? 등등 한 맺힌 동료들의 울부짖음이 계속되었다.


당시, 휠체어를 밀었던 남직원은 본인도 몹시 불쾌하다며, 맞고소 하고 싶다고도 했다.


클레임담당 부서에 알아보니, 어떤 상황이든 승객이 '성적 모욕감/수치심'을 느꼈다 하면 고소가 가능한 거라,

항공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사과와 보상으로 승객을 잘 위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은 '코로나'로 항공사가 급히 폐쇄되던 2020년 3월경 사건이라, 그 이후 승객과 어찌 협상이 이루어졌는지.. 결과는 정확히 모르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보는 글이랍니다.)




문제의 학생이든, 학부모든, 승객이든, 물론 극소수의 비정상적인 '인간'(人間) (때로는 인간이라 표현하기도 싫지만)들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받고 고통받는 선량한 '직업군'들이 사회 이곳저곳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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