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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Oct 02. 2023

80세 울 엄마의 '쿠팡' 사랑

쿠팡차만 봐도 행복해!!

"얘야! 내가 쿠팡으로 화장품을 주문했는데, 실수로 3번이나 눌렀나 봐..

3박스나 왔어! 어떡하지? 환불하는 방법 좀 알려줘! "


제주 사는 80세 친정엄마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아.. 엄마!  자꾸 이런 식으로 실수하면서 왜 엄마가 주문해? 나한테 부탁하면 되지!

게다가 나는 쿠팡 와우멤버라 무료반품/무료환불인데...

그리고 제주도는 배송비가 비싸서 반품비가 8000 원이나 빠진다고.."


괜히 나는 짜증 나서 퍼부어댔다.

  

"그래? 반품비가 그렇게 비싸?  그럼 그냥 친구들에게 선물할까?"


그동안 나는 친정엄마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항상  '인터넷 주문'을 해드리곤 했다.

아무래도 '쿠팡'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엄마는 '쿠팡' 포장지를 보며, 무엇이든 '뚝딱' 배송되는 시스템에 매우 감동받은 눈치였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 100%  무조건 다  '무료배송'에다 '무료반품' 이라고 생각하신다.


"야! 쿠팡에는 없는 게 없구나. 무엇이든 너한테 말만 하면, 금새금새 도착하니 말이야..


제주도 시골 친정마을까지, 지나다 보면 늘 항상 보이는 '쿠팡'차를 엄청 반갑게.. 손주보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거였다.


아니 선물갖고 오시는 산타할아버지 기다리는 아이처럼이 맞다 .


"우와와!!쿠팡차 왔다!!" 하시며 ㅎㅎ



난,

작년 여름 친정 제주에 머물면서 필요한 물건을 많이 주문해 드렸고, 급기야 옆에서 신기하게 지켜보던  엄마는 주문방법을 알려달라고  강하게 조르셨다.


비슷한 연령대 친구분들보다 카톡사용도 잘하시고, 스마트폰을 매우 좋아하시는지라, 신용카드를 핸드폰에

심어드리고 차근차근 '주문방법''환불방법'등을 설명해 드렸다.



내가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도 엄마는 혼자서 몇몇 가지 주문에 성공하시더니,

"와! 내가 주문한 물건이  집에 도착하면 얼마나 기쁜지 아니? 마치 공짜로 누가 보내준 것처럼 행복해!"라고 하셨다.


가끔씩 물건이 맘에 안 들거나 반품을 해야 하면 또 전화가 온다.


그러면, 우리는 서로 스피커폰을 켜놓고, 하나하나 내가 불러주는 절차대로 진행을 시켜나가곤 했다.

 주문은 잘하시는데,  환불은 자주 하지 않다 보니, 자꾸  절차를 까먹으신다.

운 좋게 내가 하라는 데로 잘 따라 하는 날도 있고, 그게 정 안될 때는 직접 전화해서 신청하라고 콜센터 전화번호를 알려드린다.


그럼 또 전화하셔서 "에구 주문실수라 미안해!!미안해!!"하시며 취소하시기도 한다.


혹여 환불비가 생기는건 '수업료'라 생각하고

겸허히 내시겠다며..또 계속 주문을 하신다.


(솔직히 ...순간순간 너무 못알아들어서 ..화를 낸적도. 많고..환불료 아깝다고 막 잔소리 퍼부은적도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 이상은 '쿠팡'회사의 홍보라든지 광고 내용이 절대 아님을 명심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



episode 한 가지 더,  ㅎㅎㅎ


작년 친정집 머물며 '엄마'에게 알려드린 잘한 일 중 하나는 '은행앱'을 깔아서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 하는 방법을 알려드린 거였다.


엄마에게 요청받은 여러 종류 물건을 주문해드리거나 ,서울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보내드리면, 엄마는 집 근처 마을금고에 가서 내게 입금을 하시곤 했는데, 꽤 번거로워 보였다.


엄마가 핸드폰 활용하시는 걸 보니, '핸드폰 이체'도  잘하실 것 같아 '등록절차'를 위해 동네 마을금고를 방문했다.


마을금고  직원은 "어르신들이 은행앱으로 이체하면  '0' 하나를 더 붙인다든지 하여 금액을 실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하셨지만,  엄마는 "할 수 있다"며 강력히 요청하셨다.

 

나는

수십 번의 반복연습을 시켰고, 최종 입금 전에는 '액수확인'을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

 

그런데, 다시 내가 서울로 돌아오고 나니, 엄마가 입금방법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시는 거다.

입금할 기회가 자주 없다 보니, 자꾸 까먹는다고 하셨다.


내 핸드폰으로 이체하는 방법을 영상을 찍고,  자세한 설명까지 추가하여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드렸다.


차후, 방법을  까먹지 않기 위해, 당분간은 동네 시장이든 어디든 현금이나 카드대신, 꼭 이체로만 할것을 강력히 조언드렸다.



이 방법은 성공적이었다.


이때부터 엄마는 '이체'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하셨고, 본인이 스마트폰 하나로 현금 없이 모든 생활을 할 수 있음에 엄청 자랑스러워하셨다.


이체실수 한다고 제발 하지 말라고 만류하시던 친정아버지도 이제는 엄마에게 "내 친구 누구누구에게 부주입금 좀 해달라!" 등등의 부탁을 하시기도 했고..지갑을 잊고

외출하셔서 곤란하신 상황에서 엄마가 즉각 입금을 해줘서 위기를 모면한적도 있다고 하셨다.


 결국, 84세 아버지도  엄마에게 이체방법을  배워 요즘은 두 분 다 슬기로운 '금융생활'을 하고 계신다.




하루는 , 엄마가 친구에게 자랑전화 하시는 걸 들었다.


"얘! 난 요즘 핸드폰으로 쿠팡 주문하고, 오일장도 현금 없이 다닌다. 손주들 용돈 입금도 금방금방 할 수 있어!

정말 내가 대견하게 느껴지고 새로 태어난 느낌이야!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배워야 해! "  

제발 너도 배워라. 이 기쁨을 같이 느껴보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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