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85
댓글
25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차밍줌마
Nov 03. 2023
'무례한 의사'
울엄마에게 수치심을 선물하신 그분!!
오래된 메일정리를 하다 보니..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
다.
2년 전쯤.. 코로나로 '명퇴'를 하고 친정에 내려가 부모님과 한 달 살기를 하던 때이다.
오랫동안, '하지정맥'으로 고생하셨다는 엄니는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났
고
,그 통증에
비명을 질러대었으니,
그때마다 나는 미친 듯이 일어나, 주물러 드려야 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생각하였고, 진료를 받기 위해 평소 엄니가 자주 다녔다는 근처 oo 종합병원 '외과'를 방문하였다.
엄니가 진료실에 들어서자, 컴퓨터로 기록을 살피던 남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
"당뇨도 있고, 혈압도 있고, 허리도 안 좋고..."
이에 성질 급한 엄니가 대답한다.
"아이고... 내 병을 다 꽤고 계시군요. 제가 병이 좀 많아요.
병 많으
면 '하지정맥' 수술 못하는 건가요?"
이에 황당한 표정으로 보호자인 나와 엄니를 번갈아 쳐다보던 의사는 "제가 언제 못한다고 했나요?"라고
퉁명스레 응수한다.
뭔가 얘기가 엉뚱하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며 기분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누구를 탓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다시 의사가 다리상태를 봐야 하니 바지를 벗으라고 한다.
당연히 커튼을 치거나, 치마정도를 주고 갈아입힐 줄 알았건만, 전혀 그럴 기미는 없어 보였다.
당황한, 엄니 표정을 읽은 나는, 옆의 간호사를 쳐다보며 "혹시 치마 같은 거 없어요?"라고 물으니,
어차피 다리 전체를 봐야 해서 입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해될 듯, 이해 안 되는 묘한 상황에서, 엄니는 "그래도 치마 입고 올리던가 하면 되지.. 이건 좀 그렇다 "라고 하셨다.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의사가 답한다.
"하기 싫으면 그냥 가셔도 됩니다 "
"켁!!!! 뭐라고라고라고라? " 순간 나는 두귀를 의심했다.
이게 의사입에서 나올 말이던가?
뭔가 뜨거운 것이 확 치밀어 올랐지만, 순간, 이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시골 사시는 엄니 환경상, 이 병원을 앞으로 자주 다니셔야 할 텐데... 괜히 분란 일으켰다가 상황만
나빠질까 싶어 그냥 입을
닫고 말
았다.
추후, 초음파 검사등도 속옷만 입으신 채 진행하였고, 의사는 여전히 퉁명스레 대답했다.
"수술 가능하긴 하니까, 원하시면 해드리는데... 연세 있으셔서 회복과정이 좀 힘들 수 있고요..."
(블라블라... 쓸데없는 잔소리 한가득... 수술에 자신 없어 보이는
말투가득
)
"아니, 그런데 나이 든 할머니가 뭐 이리 통 좁은 바지를 입으시나요?
멋낼생각 마시고(?)
그냥 편안하게 통 넓은 거 입으세요!"라고
까지
덧붙인다.
'멋낼생각'???
하.. 이 말에도 몹시 심기가 불편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저따위로 하냐 말이다.
몹시 당황하신 엄니도
허둥대며
대답하셨다.
"아니에요.. 이바지 보기보다 엄청 편해요. 불편하면 제가 안 입죠!"
그렇게 우리는 몹시 불편한 마음만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례한 의사를 한껏 욕이라도 하고 오지 못한 게
꽤 화가 났
지만, 엄니는 시골 동네에서 자주 갈 수밖에 없는 병원인데.. 난리 친 거 소문나면 다시 방문하기도 민망하니,
참자고만
하셨다.
하지만,
도저히, 그따위 의사에게 수술이 받기 싫었던 나는, 폭풍검색으로 꽤
괜찮고
'하지정맥'수술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내었고, 엄니와 방문해 보았다.
당연히 그 병원은 친절함은 물론이요, 검사과정에서도 통 넓은 반바지를 준비해 환자의 수치심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 든 분들에게 위험한 '외과적 수술'보다는 '베나실'이라는 간단한, 시술로 엄니를 치료해 주셨다.
물론, '베나실'이 보험적용이 안 되는 고가의 시술이라, 그들의 친절이 넘쳐났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모녀는
꽤 안정감을 가지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저렇게
다시
2-3개월의 시간이
지나던
어느 날...
방광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나는,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비뇨기과 관련, 진료를 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남자 간호사의 처치를 받게 되는 상황이
생겼
다.
아무래도 '비뇨기과' 특성상, 남자 손님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남자간호사 숫자가 많은 거였다.
갑작스레 나를 처치하러 들어온 '남자 간호사'를 '여자 간호사'로 바꿔달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게 치료를 받았는데, 뭔가 기분이 영... 별로였다.(수치심 폭발)
하지만, 산부인과에서는 남자의사한테도 치료받는데.. 굳이 의미를 부여지 말자며... 나 스스로를 그저 위로하고만 있었다.
그렇게 , 갑자기...
다시 친정엄니의
'수치심
사건'도 떠올랐다.
그날저녁, 식구들과 식사를 하며, 친정엄니를 불쾌하게
만들었던
의사와
, 나를 치료한 남자 간호사, 그리고 우리가 느꼈던 수치심등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대략 결론!!
1.'남자 간호사'의 경우는 '남자의사'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수치심이 생겼다면, 내가 '여자 간호사'로 바꿔달라 했으면 되었을 텐데.. 그렇게 요청하지 않은 점! 이 문제라고 하였다.
2. '친정엄니'의 경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할, 몹시 불쾌한 사건이므로 해당병원에 COMPLAIN MAIL을 보내보기로 했다.
그래서
2-3 개월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적어 보았다.
매우 불쾌했던 상황이었던지라,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이 났다.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사의 무례한 '발언'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앞으로는 '치마'등을 준비하여 환자들의
'수치심'을 최소화해달라고 부탁하며 SEND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다음날, 답변이 왔고, 의사의 무례한 발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해당진료는
다리전체를 다 봐야하므로
'치마'가 불필요하니, 이해해 달라는 답변만 딸랑 왔다.
다시, 분개한 나는, 다른 병원에서는 통 넓은 반바지와 치마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검사중 치마를 올리더라도 준비된것과 아예 없는건 다르다!"
그리고
해당 의사의
무례한
발언도 꼭 사과받고
싶다!
해결이 안 되면 ISSUE 화 하겠다는 강경한 의지표명의 SEND 버튼을 다시 눌렀다.
몇 시간 후, 해당 병원 표시가 나는 전화번호가 뜨며 벨이 울렸다.
당시, 옆에 있었던, 간호사라며... 본인이 대신 사과한다며 이해해 달라고 한다. 하........ㅠㅠㅠ
"간호사님.. 당신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당신의 사과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해당의사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라며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아마 다음날인가...
나는 해당의사로부터 "매우 매우 죄송하다! 앞으로 말을 조심하겠다!"는 전화를 받았고....
우리 엄니가 그날 맘에 상처를 많이 받으셨으니, 부디 울엄마에게도 사죄전화를 부탁드렸다.
그렇게 의사의 사과
전화를 받으신 엄니도, 늘 맘에 찜찜하게 남아있는 사건이었는데, 사과받으니 맘이 많이 풀렸다며, 딸 덕분에 여러모로 도움 받는다고 매우 매우 흐뭇해하셨다.
나이 들어감도 서러운 부모님..
해마다 병원 찾아가는 횟수는 점점 늘어가는데, 병원에서 푸대접받는다고 토로하실 때가 많다.
대학병원등 큰 병원에는 워낙 환자가 많은 데다, 시골에는 고령의 환자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일일이 다 친절히 설명하고 케어해 주기 어려운 의료진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병원 가면 나이 먹은 노인이라며, 설명도 대충대충.. 때론 눈길도 안 주고 "그 나이엔 원래 다 아픈 거예요.."
.라는 식의 대접을 하니, 너무 서글프다고 우리 부모님은 자주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친정 갈 때마다, 자꾸 병원을 같이 가자고 조르시는지도........
keyword
의사
친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