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타파스 바 CIUTAT COMTAL
전날 샐러드에 들어있던 방울토마토 세 개를 따로 냉장고에 빼 둔 것이 기억난 아침이었다.
단단한 과육껍질을 찢고 나오는 생토마토 속살의 과한 싱싱함이 나에게는 주로 시고 떫기까지 해
날 것(?)의 상태로는 잘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리기엔 또 아까워, 나에게 와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이 가여운 토마토 세 알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 기억 속 아득한 곳에 고여있던 한 음식이 기억났다.
초록창에 '스페인 토마토 바게트'라고 검색해 드디어 흔적을 더듬어 이름을 찾아낸 판 콘 토마테.
2018년 봄이었다. 새로 이직한 회사에 도통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겉돌던 때,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Mobile World Congress)에 출장이 결정됐고 그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바르셀로나여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착한 다음날, 그러니까 스페인에서의 본격적인 첫 출장이 시작되던 날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택시에서 산 지 얼마 안 된 스마트폰(아이폰 X였다. 심지어 할부 1개월차였던.)을 놓고 내리게 되었고, 정말로 우주 미아가 된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나마 같이 출장 간 동료라도 한 명 있어, 그때부터 나는 목줄을 매달린 것처럼 자유의지를 상실한 채 의지해 다녔다. 정말이지 다시 생각해도 소름 끼쳐.
전시장을 보는 둥 마는 둥 혼이 절반은 나가 있는 동안 동료는 스몰디쉬가 다양하게 나오는 별점이 높은 바르셀로나의 타파스 바를 검색해 냈고, 일정이 끝난 후 그곳으로 가 가장 먼저 이 판 콘 토마테를 만났다.
터프하게 자른 바게트 위에 토마토 즙이 삐져나오도록 압력을 가해 바른듯한 이 별 것 아닌 듯한 요리를 처음 먹어보곤 정말 깜짝 놀랐다. 다이어트 때 먹는 스낵푸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토마토가 이런 맛을 낸다고?
그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해 먹어 봐야지 다짐했었는데, 5년이 한참 넘어 처치곤란의 방울토마토 세 알을 마주하고서야 만들게 되었다.
물론 내가 만든 판 콘 토마테는 그때의 비주얼과는 달리 토마토 육질들도 그대로 살아있고(씹는 맛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두자) 마늘 맛도 조금 강하게 났지만, 5년 전 바르셀로나 한복판 어딘가에 배어 있는 나를 다시 만나 반가웠다. 매일 아침 마셨던 카푸치도노 참 맛있었지. 그날 이후로는 가우디 성당을 포함해 틈틈이 관광도 하고, 와인과 타파스 맛집을 찾아다니던 나의 놀라운 회복력은 지금에 와서도 참 칭찬할만하다.
<판 콘 토마테 Recipe>
01 통밀빵 또는 바게트빵을 바삭하게 굽는다.
02 방울토마토 또는 토마토를 곱게 갈아준다.(저는 그냥 칼로 다졌어요. 귀찮은 거 못함)
03 마늘 한 알 또는 간 마늘을 섞고, 올리브오일을 부어준다.
04 잘 섞은 후 빵 표면에 발라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