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당무 Sep 10. 2022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난 서울에 있다

돈 벌려면 회사를 다니지 말라고 한다.

적당히 벌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제주를 왔지만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라 했다.


다시 회사에   1년이 지났다. 변한  하나도 없다.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지출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꼬박꼬박 나가는 이자를 내기 위해 나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출근한다.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이자를 내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있는 기회를  회사가 고맙기까지 했다.


이자를 내고 월세를 내면 월급의 60%나간다. (최근에는 오피스텔 정리해서 월세는 좀 줄어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를 왔다 갔다 해야 되기 때문에 비행기 표값도 만만치가 않다.   왔다 갔다 하는데 들이는 시간만 해도 왕복 10시간이다. 그것까지 제하면 월급 받아 나가는 돈이 7~80%. 나머지 30% 생활비하고 없는  쪼개 펀드를 한다지만 그게 어디 저축이라고   있겠는가.


마이너스 통장에 신용대출까지 있는 대로 영 끌 했는데 저축하는 의미가 있을까. 몇만 원 이자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해지해버렸다. 연금저축으로 연말에 소득공제 좀 받겠다고 가입한 것도 해지했다. 몽땅 다 해지했다.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한 삶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원리금 상환까지라 더 버겁다. 은행에 돈을 갖다 바치는 것 자체가 짜증 난다. 2018년 세컨드 하우스로 샀던 타운하우스가 바로 그 문제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다. 그 집을 샀을 때만 해도 벌이가 좋았다. 물론 내 기준으로 말이다. 지금 내가 서울까지 와서 돈을 벌어야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도 못했을 때이다. 집을 팔려고 내놓은지도 오래다. 집 값은 터무니없이 분양가 이하로 거래됐고 지금은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면 돈이 더 들어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집이 팔릴 때까지는 회사를 다녀야 된다는 것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따지면 차라리 제주에서 이자 내는 정도만 벌면서 시간을 세이브하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회사를 다시 갈 때만 해도 남편과 사이가 너무 좋지 않아 차라리 떨어져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이다.


제주에 있는 친구가 그랬다. 서울에서 그렇게 버는  제주에 있는 것보다 나은 거냐고. 처음엔 당연히 낫다고 말은 했지만 점점 회사를 다니는 것이 시간 낭비를 하는  같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7년 경단녀로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받는 급여의 수준은 딱 7년 전 그만큼에서 올해 재계약하면서 조금 올려 받은 게 전부다. 그냥 그거라도 고맙다며 넙죽 받고 사인을 해버린다.


남편은 뭐하냐고 묻는다면, 한숨만 나온다. 연초에 받은 인센티브도 다 갖다 바쳤고 최근엔 오피스텔 이사하려 했던 것도 보증금을 빼야 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펀드들을 해지한 것도 현금서비스받아 급하게 남편한테 빌려줬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 돌려막기를 지긋지긋 해하며 몇 년 만에 다 정리했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오피스텔을 이사하려 마음먹은 것도 다 그 때문이기도 하다. 현금서비스는 신용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에서 1등급이었던 신용도는 제주 와서 거의 바닥을 찍었으며 지금도 상위 50%대로 아주 형편없다.


남편은 주변 사람들과 새로운 사업을 한다며 매번 실패만 하고 있다. 올해도 뭔가 야심 차게 시작하는 것 같더니 성과가 1도 보이지 않는다. 몇 년째 야심 가득한 큰 사업을 꿈꾼다. 되는 사업일까 의문인 나에게 매번 대박 상상의 날개를 달고 얘기한다. 올 초에 그렇게 의기양양했던 사업계획도 달이 지날수록 가시화되가는 것도 없고 목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1년을 또 보내는가. 싸우는 것도 이젠 지쳤다.


미쳐버릴 것 같은 날들의 연속에서 난 더 이상 기대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이상을 꿈꾸기로 했다. 집이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벌어서 갚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겠지만 블로그도 하고(그마저 현재 저품질이다) 전자책도 쓰며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바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 똑바로 하고 살아야 한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소식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요가로 명상을 하며 하루 한 개 포스팅과 일기를 쓰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삶은 그냥 똑같은 일상의 반복만 될 뿐이다. 어제는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타로카드를 봤다. 가끔 답답한 마음이 들면 한 번씩 보는 편이다. 맞는 것도 아닌데 내가 고른 카드의 해석을 들으며 내 상황을 나에게 맞게 적용하며 희망을 품는다. 마치 좋은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말이다.


추석날 아침부터 구질구질하게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것도 명절의 즐거움이 1도 없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더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진다. 브런치를 신청한 것도 매거진으로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였다. 7년간의 제주생활은 온통 얘깃거리 투성이다.





작가의 이전글 부자에 대한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