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면 회사를 다니지 말라고 한다.
적당히 벌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제주를 왔지만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라 했다.
다시 회사에 온 지 1년이 지났다.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지출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꼬박꼬박 나가는 이자를 내기 위해 나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출근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이자를 내고 살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회사가 고맙기까지 했다.
이자를 내고 월세를 내면 월급의 60%가 나간다. (최근에는 오피스텔 정리해서 월세는 좀 줄어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를 왔다 갔다 해야 되기 때문에 비행기 표값도 만만치가 않다. 한 번 왔다 갔다 하는데 들이는 시간만 해도 왕복 10시간이다. 그것까지 제하면 월급 받아 나가는 돈이 7~80%다. 나머지 30%는 생활비하고 없는 돈 쪼개 펀드를 한다지만 그게 어디 저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이너스 통장에 신용대출까지 있는 대로 영 끌 했는데 저축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 몇만 원 이자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다 해지해버렸다. 연금저축으로 연말에 소득공제 좀 받겠다고 가입한 것도 해지했다. 몽땅 다 해지했다.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한 삶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원리금 상환까지라 더 버겁다. 은행에 돈을 갖다 바치는 것 자체가 짜증 난다. 2018년 세컨드 하우스로 샀던 타운하우스가 바로 그 문제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다. 그 집을 샀을 때만 해도 벌이가 좋았다. 물론 내 기준으로 말이다. 지금 내가 서울까지 와서 돈을 벌어야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도 못했을 때이다. 집을 팔려고 내놓은지도 오래다. 집 값은 터무니없이 분양가 이하로 거래됐고 지금은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면 돈이 더 들어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집이 팔릴 때까지는 회사를 다녀야 된다는 것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따지면 차라리 제주에서 이자 내는 정도만 벌면서 시간을 세이브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회사를 다시 갈 때만 해도 남편과 사이가 너무 좋지 않아 차라리 떨어져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이다.
제주에 있는 친구가 그랬다. 서울에서 그렇게 버는 게 제주에 있는 것보다 나은 거냐고. 처음엔 당연히 낫다고 말은 했지만 점점 회사를 다니는 것이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7년 경단녀로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받는 급여의 수준은 딱 7년 전 그만큼에서 올해 재계약하면서 조금 올려 받은 게 전부다. 그냥 그거라도 고맙다며 넙죽 받고 사인을 해버린다.
남편은 뭐하냐고 묻는다면, 한숨만 나온다. 연초에 받은 인센티브도 다 갖다 바쳤고 최근엔 오피스텔 이사하려 했던 것도 보증금을 빼야 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펀드들을 해지한 것도 현금서비스받아 급하게 남편한테 빌려줬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 돌려막기를 지긋지긋 해하며 몇 년 만에 다 정리했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오피스텔을 이사하려 마음먹은 것도 다 그 때문이기도 하다. 현금서비스는 신용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에서 1등급이었던 신용도는 제주 와서 거의 바닥을 찍었으며 지금도 상위 50%대로 아주 형편없다.
남편은 주변 사람들과 새로운 사업을 한다며 매번 실패만 하고 있다. 올해도 뭔가 야심 차게 시작하는 것 같더니 성과가 1도 보이지 않는다. 몇 년째 야심 가득한 큰 사업을 꿈꾼다. 되는 사업일까 의문인 나에게 매번 대박 상상의 날개를 달고 얘기한다. 올 초에 그렇게 의기양양했던 사업계획도 달이 지날수록 가시화되가는 것도 없고 목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1년을 또 보내는가. 싸우는 것도 이젠 지쳤다.
미쳐버릴 것 같은 날들의 연속에서 난 더 이상 기대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이상을 꿈꾸기로 했다. 집이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벌어서 갚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겠지만 블로그도 하고(그마저 현재 저품질이다) 전자책도 쓰며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바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 똑바로 하고 살아야 한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소식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요가로 명상을 하며 하루 한 개 포스팅과 일기를 쓰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삶은 그냥 똑같은 일상의 반복만 될 뿐이다. 어제는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타로카드를 봤다. 가끔 답답한 마음이 들면 한 번씩 보는 편이다. 맞는 것도 아닌데 내가 고른 카드의 해석을 들으며 내 상황을 나에게 맞게 적용하며 희망을 품는다. 마치 좋은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말이다.
추석날 아침부터 구질구질하게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것도 명절의 즐거움이 1도 없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더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진다. 브런치를 신청한 것도 매거진으로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였다. 7년간의 제주생활은 온통 얘깃거리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