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하는 시간은 주로 7시다. 그 시간엔 거의 제일 먼저 회사에 도착한다. 요즘은 이사 온 후로 10분 정도 늦어졌다. 조용히 앉아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출근 시간 8시 30분까지는 나만의 시간이다.
아이패드를 펼쳐 놓고 손으로만 터치하며 집중한다. 눈으로 책을 넘기는 기술을 개발하면 좋겠다.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하나 둘 출근 소리가 들린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우리 팀은 대부분 일찍 나오는 편이다.
그렇게 자리에 다 세팅이 되는 시간은 8시면 된다. 재택근무를 본부별로 하고는 있지만 우리 팀의 거의 안 한다. 나만 가끔 제주 가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아직 책을 읽어야 할 시간은 30분이나 남았는데 그때부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다. 타닥타닥 엄청 바쁘게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자마자 뭘 그리 두드리는 걸까? 일은 좀 천천히 해도 될 텐데 엄청 시끄럽게 그 소리가 귓구멍으로 모아져 들어온다.
소리에 그렇게 예민한 스타일도 아닌데 유독 아침에 자판 두들기는 소리는 엄청 거슬린다. 뿐만 아니라 빨리 치는 소리는 더 짜증스럽게 들린다. 자판을 좀 예쁘게 칠 수는 없을까? 키보드 생김새에 따라 소리는 제각각이다.
스킨을 덮으면 그나마 소리는 줄어들지만 어떤 자판 소리는 타각 타각 무슨 게임하듯 자판기와 싸움하는 것처럼 두들긴다. 빨리 치는 건 정말 젤 듣기 싫다. 소리에 집중해서 그런지 자꾸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 그러고 보면 애플 맥 키보드는 소리도 예쁘게 들리는데 맥 유저인 내 키보드 소리는 크지도 않고 고급지기까지 하다. 그리고 출근 전부터 자판을 두드릴 일이 없다.
빨리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적당한 속도로 두들기면 그렇게 거슬리지도 않는다. 유독 자판을 빨리 두들기는 직원이 있다. 그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침 시간에는 유난히 내 귓가에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출근시간이 가까이 오면 이제부터는 옆 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건너편에 다른 팀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큰 목소리로 떠든다. 듣기 싫어도 듣고만 있어야 한다. 아무도 가서 얘기하지 못한다. 그냥 듣고 있어야 된다. 사생활 얘기도 다들 린다. 하루 종일 말없이 일하는 나도 가끔은 크게 말하기도 하지만 내 목소리는 워낙 작다. 나만 그런 생각인가.
옆 팀 건너 옆 옆 팀의 파티션 너머로 아주 큰 웃음소리가 들린다. 웃는 건 좋은 거지만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크게 웃을 일인가? 우리는 늘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 얘기를 못한다. 그냥 듣고 흘려버려야 한다.
요즘엔 무슨 말만 하면 블라인드에 글이 올라온다. 무서운 세상이다. 그냥 쥐 죽은 듯 조용히 살아야 된다. 말 없는 나도 가끔 크게 소리를 내버린다. 그게 주고받음의 미덕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지낸다. 여전히 아침 키보드 소리는 1년이 넘도록 적응이 안 된다.
작년에 자리 옮기기 전에는 옆 팀에 듣기 싫은 목소리 하나가 그렇게 신경 쓰이게 하더니 자리를 몇 번이나 이동했는데도 항상 옆팀은 어느 팀이든 그렇게 시끄럽다. 나만 그런 건가? 아니다. 물어보면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더라. 팀원 수가 없어 자리이동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좀 정착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들려오는 잡음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회사는 커져가는데 사무실 공간은 점점 비좁아지고 있는 게 문제다. 닭장 같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옛날에는 직원 수도 얼마 없었고 넓은 공간에 몇 명씩 앉아서 넓게 지냈었다.
안 그래도 사무실 계약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내년엔 어찌 될지 모른다고 한다. 거의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건물에선 넓힐 자리도 없고 다른 건물로 가게 되면 좀 넓어지려나 기대해 본다. 아니 다른 건물로 이사 가기 전에 내가 먼저 회사를 나와야 할 텐데. 누가 소리 나지 않는 키보드를 발명하면 좋겠다. 소리 잡는 공기 같은 거 만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