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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Mar 28. 2024

생채기

내가 더 아픈 이유

어제 자그마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의 병원진료를 예약해 두고 서둘러 시간 맞춰 움직이던 중에 뒤따라 오던 친정엄마와 부딪쳐서 제대로 무릎을 짚고 넘어졌는데 순간 어마어마한 통증이 느껴졌고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상처가 났다. 살점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고 피가 군데군데 맺혔다.


물론 아이를 들고 뛰어가느라 제대로 돌볼 겨를 없다가 집에 와서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소독을 하는데 와.. 생각보다 상처가 더 넓고 깊었던지 고통이 어마어마해서 몇 번이나 윽 소리가 나며 욕이 절로 튀어나올 듯했다.


그러고 나서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엄마에게 “너무 아파요”라고 하니 엄마가 하신 대답이 내내 하루종일 명치 어딘가에 걸려있었다.


엄마는 밤새 악몽을 꾸셨다고 한다. 내가 다치는.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철도 빨리 들고 곧잘 부모님에게 일을 맡기는 대상이 되는 첫째였기에 돌봄을 받고 걱정을 하는 것과는 참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철이 들어도 여전히 아이였을 뿐이었을 거란 사실. 손이 덜 갔어도 손이 안 갈 수는 없는 자식이었단 것을.


그래서일까. 엄마의 말이 한편으로는 생경하게 들림과 동시에 자식이 아무리 커도 여전히 자식이구나 싶은 깨달음이 들었다. 그 말이 하루종일 맴돌며 나의 마음 어딘가에 위안을 주는 것을 보고.


그리고 며칠 후 엄마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아직도 아프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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