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내게는 네 분의 할머니가 있다.
두 분은 내가 엄마의 몸에서 난 순간 생긴 할머니이고, 두 분은 또 다른 ‘엄마’의 몸에서 난 사람과 내가 결혼한 순간 생긴 할머니이다.
엄마의 엄마, 아버지의 엄마, 남편의 엄마의 엄마, 남편의 아빠의 엄마.
이름이야 어찌 됐건 네 분 모두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할머니이다. 할머니라는 존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지 않지만, 엄마처럼 나를 사랑해 주기 때문일까. 특별히 '모성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그 시대의 어머니들에겐 유난히 모난 시대를 살아낸 굳셈과 세월에 때 묻어도 결코 바래지 않은 사랑이 있는 것만 같다.
세월의 힘과 싸우다 지쳐 이제는 병들고 약한 몸 안에 갇혀있는 할머님들이지만, 그래서 간혹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손주 세대가 바라본 그들은 결코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니다. 할머니라는 존재는 내가 아는 다른 어떤 존재와는 또 다른 빛깔을 지닌 고유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