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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찬 Aug 06. 2023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있을 수도 있구요.

오늘은 조금 자극적인 멘트로 시작해 보았어요. 저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 선택들을 하며 많은 불확실성과, 주변과의 갈등 (특히 학생 때는) 이 있었는데요 (더 궁금하시면 이 글을 참고하세요) 그때마다 너무도 불안하고 힘든, 돌이켜보면 상당히 위험한 정신상태에 치닫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로부터 상당히 편안해질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오늘 이 글의 제목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순간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사실 이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썰이 몇개 필요해서 제 소소한(?) 어릴 적 이야기들을 조금 풀어볼까 싶어요. 중학교 때부터 계속 이런 인풋을 받으면서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외국에 많이 나가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한국의 특수성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것 같아서요. 


사회에서 겪은 일들을 케이스에 쓰지 않은 이유는 이 생각이 다 정립된 다음의 이야기이고, 매일 겪고 잘 처리하고 있는 일들이라 크게 임팩트라고 할 만한 일들이 없어서예요.


EP1. 과고/영재고 입시 준비

중학교 때 저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학교공부를 잘 했어요. 과고/영재고 입시 준비를 입학때부터 3년간 했었고, 나름 착실하게(?) 학원 다녀가며 선행학습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에, 제가 그때 흥미를 가지고 하던 AI 관련 분야를 하라는 입시는 안하고 열심히 파서인지, 관련 내용을 자소서에 적고 면접관과 의도치않게 설전을 해서인지 다 떨어졌어요. 그냥 제가 성적이 부족했을 수도 있구요.


입시 전에도, 후에도 왜 입시준비에 집중하지 않았느냐는 타박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전 글에서 언급한 외주 관련 이야기를 해도 그거 푼돈이라며 무시하시는 담임선생님도 계셨고, 저보다 더 불안해하시는 어머니도 있었고, 아주 어린 마음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100%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 진학 실적이 다 어떻게든 본인들 삶에 도움이 되시기 때문에 많이 기대했고, 그래서 목메셨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잘됨' 의 정의가 서로 달랐거나요. 어떤 일이든 이유에서든, 제가 제 방식대로 잘 되는 것을 바랐던 케이스는 아니고, 그걸 미리 알아채지 못했으니 저를 힘들게 만든 것이죠.


EP2. Drop the 성적

제가 이제 만 20년쯤 되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꼽으라면 고등학교 입학~고등학교 자퇴까지라고 말할 수 있어요. 사회에서도 이것저것 정신없고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무력감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입시에 다 떨어지고 그냥 일반고 진학을 선택한 이후,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근거도 없고 이상한 패기를 가지고 학교 공부를 아예 내려놓고 커뮤니티 빌딩, AI 공부, 사이드잡 찾기에 열심히 매진하기 시작했어요. "나름 과고 면접관이면 선생님들 중 탑티어일 텐데 중학생인 나보다 내가 하고싶은 분야에 대해 잘 몰라? 그럼 도대체 여기서는 뭘 배워?"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참... 지금 저같은 친구를 제가 마주한다고 해도 한숨 한번 크게 쉬고 라떼 하고 싶을 것 같네요.


아무튼, 그래서 항상 중학교때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은 엄청나게 떨어졌죠. 사실 떨어지는 패턴도 신기한 게 모의고사 석차가 항상 내신 석차에 비해 훨씬 잘 나왔었어요. 생활 패턴이 4시 취침 -> 8시 등교 (학교에서 끊어서 4시간 모아 자기) 정도여서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아서 그랬었나 봐요.


그러니까 선생님과 어머니께 항상 욕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아무리 제가 하고 싶은 일과 계획을 말씀드려도 결국 돌고돌아 그래서 대학 어떻게 가고 성적 어쩌고~ 하길래 생각에도 없는 특기자전형으로 간다 식의 말만 해놓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느꼈던 것은 1. 대학 실적 -> 2. 대회 등 '학교 관련' 외부활동 실적 -> 아웃 오브 안중 정도로 선생님들의 관심이 가있다는 것이었어요. 분명히 적어도 저분들은 내가 잘되는 것에 대해서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분들이라는 (물론 그 방식이 내 마음에 들지는 않을지라도) 믿음이 아예 박살났죠. 제가 논문을 올려도, 큰 규모의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해도, 심지어 가끔 열심히 뛰어대서 돈을 벌어도 본인 실적과 연계된 일이 아니면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집에서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았구요.


EP3. 대한민국 인재상

학교에서 거의 강요에 가깝게 쓰라고 해서 꾸역꾸역 냈던 대한민국 인재상 관련 이야기도 좀 해볼까 해요. 오해는 안하셨으면 하는 것은 대한민국 인재상 정말 좋은 상이고 수상자 분들도 훌륭하신 분들 많고, 저는 못받아서 배아파서 쓰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하하...


일단 학교에서 뜬금없이 너 밖에서 하는거 뭐 많으니까 대한민국 인재상을 꼭 쓰래요? 할일 많아서 됐다고 하니까 계속 쉬는시간마다 집요하게 찾아와서 설득하길래, 저는 성격이 좋지 않은 학생이었기에 일단 쓴다고 하고 자소서를 대충 욕먹지 않을 수준으로만 3시간? 정도 만에 써서 일부러 데드라인에 맞춰 며칠 후에 냈죠.


다 너에게 좋은 거라 시키는 거라는 식이었지만, 대회의 프로필을 볼 때 제 생각에 전혀 필요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실적 올리기성 강요를 열심히 하셨던 거라고 생각해요.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대한민국 인재상 면접은 자퇴 이후라, 그냥 편하게 갔는데 갑자기 틀린 지식을 가지고 압박면접을 하길래, 면접관의 질문 자체를 지적하며 언쟁을 벌이다 떨어졌어요. 사실 그 뒤에 모 대학원에 강의를 가기로 했었는데 그 일정이 더 중요했던지라 간단히 하고 별 타격 없이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순수한 의도' 로 시키셨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이익이 우선인 것이 너무 뻔하게 보였고, 그래서 거절했으나 위치를 이용해 강요당하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지금 생각해봐도 전혀 아니지요.


EP4. 자퇴 이후

자퇴하기 전에 이미 결정한 사실을 숨기고 학교에서 하던 활동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겐세이(?) 가 열심히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고2인데 정신좀 차리라는 흔한(?) 말부터, 니가 밖에서 일해봐야 학력도 뭣도 없으면 그냥 잠깐 쓰고 마는 소모품이라는 말도 들었죠. 


자퇴할 때도 축하는 물론이고 달갑게 보지도 않는 시선이었구요. (물론 이때는 사실 본인들도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설득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테고)


사실 이때부터 조금 더 제목의 의미를 확실히 알게된 것 같았어요. 그들이 학생들에게 '비전' 으로 제시하는 좋은 회사에, 좋은 오퍼를 받고 갔는데 왜 그런 반응들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이 일은 결국 제가 잘되는 것이 관심사였던 선생님은 학교에 딱히 없었다는 사실이죠.


나중에 들었는데 그래도 조금 열려있다고 생각했던 선생님께서 저를 학교에 강사로 초빙하자는 제안을 하셨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결사반대하셨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아이러니한 사실이죠.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간 친구들은 강사로 초빙하고, 그 친구들이 2~3년 후가 되어 졸업한 버전의 사람들을 면접보고 있는 저는 초빙을 극구 거절하다니요.


결국 제 생각을 더욱더 컨펌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뿐이죠.


그래도 꼭 나쁜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위에 에피소드를 적다 보니 무슨 비련의 소년만화 주인공 처럼 저를 묘사해버린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전혀 아니예요. 뒤에도 더 후술하겠지만 세상에 다 너를 못살게 굴려는 나쁜 사람들만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예요. 저를 어느정도 순수하게 조건없이 도와줬던 분들도 많기 때문이예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는 처음 AI 공부를 시작할때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았어요. 처음 들어간. VAIS라는 커뮤니티에서 운영진 중 한분인 Jerry 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과, 다른 많은 분들께 지식에 있어서도, 지식 외적인 멘탈에 있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주신 곳이기도 해요.


같은 커뮤니티에 계셨던, Pega 라는 닉네임을 쓰셨던 대덕 연구단지에 계시던 박사님께도 정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여기저기 자기 PR을 하고 좋은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셨고, 결과적으로 빠른 커리어 시작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어요.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뵈어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직접 한국 최대 강화학습 커뮤니티 RL.start() 와 퀀트 트레이딩 커뮤니티 Quant.start()를 운영하며 만난 많은 분들과도, 많은 도움을 서로 주고받았어요. 실제로 논문을 공동작업하기도 했고, 구인/구직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외에도 제가 성장하고 일하는 데 아직까지도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 커뮤니티 2개예요.


가족들과

아버지는 제가 하는 모든 일을 대체로 조용히 별 조언 없이 지켜만 보시다가, 제가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구해다 주시는 어릴 때 제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서포터셨어요. 위에 어머니와의 갈등을 쓰기는 했지만, 그것이 나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끝없는 이해관계 속에 살아가게 되지만, 이해관계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은 돌고 돌아 가족인 것 같기도 해요.


정리하자면

사실 이 이야기를 설명 다 잘라먹고 바로 전달하면 저를 애처롭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 어떻게 그렇게 사느냐? 냐는 질문이 제일 많아요. 다 너를 공격하는 대상으로 볼거면 도대체 왜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냐(?) 라는 말이겠죠. 


굉장히 제목에 써있는 말 자체만 놓고 보면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는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당연한 말을 하고 싶은 거였던 것 같아요. 일단 나도 내 이익이 최우선이고, 그걸 역지사지로 적용하면 상대방도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말이죠. 그래서, 아무도 당신이 잘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없어요. 가끔 상대방의 이익과 당신의 이익이 맞아 떨어질 뿐이죠.


상대방과 이해관계 맞추기

꼭 상대방의 이득이 내 손해가 아니예요. 오히려 나와보면 상대방의 이득과 내 이득이 맞춰져있는 경우가 많고, 맞출 수 있는 경우도 정말 많아요. 이해관계 자체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잘 활용하면 상대방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고, 서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거예요.


빠른 손절하기

제 생각에 이것의 핵심은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이예요. 모든 문제는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이해관계를 맞추려고 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요. 안타깝게도 제 고등학교 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러셨죠. 


대부분의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구조적으로 손절하기 힘든 관계의 사람들이 억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해관계를 끼워맞추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가족이나, 가족에 가까운 친구, 애인이 이러면 사실 가장 힘들다고 생각해요. 안타깝지만 결국 나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아무리 소중한 관계더라도, 어느정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손실을 확정하고 빠져나오는 것을, 아마 죽을 때 까지 저는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하기

이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서 절대 어떤 사람이 내가 잘 되는 것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심지어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에게도 말이죠. 슬픈 이야기지만 기대하면 언젠가는 그 기대가 부러지게 되어있기 때문이예요.


그렇지만, 세상은 흑도 백도 아닌 조금 어두운 회색의 공간이라 항상 이유없이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존재해요. 오히려, 아무도 내가 잘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어야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로 감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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