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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넛츠피 Jun 25. 2024

엄마 아빠 이야기 3

엽현, 현자

이상했다.

땡볕에서 밭을 매느라 다른 때보다. 유독 새카매진 엄마지만 전화로 아픈 기색이 없었다.


사실 현자는 14살에 무작정 손을 붙들어 공장에 맡겨버린 엄마를 내색은 못했지만 원망하고 있었다. 무능한 아버지, 넉넉하지 못했던 형편 때문이라는 것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엄마의 매정했던 그 순간만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하기가 싫었다.


‘ 경자야 엄마 아프다고 하지 않았니?’

’ 엄마가 아파? 엄마 아픈데 없는데?‘ 서울서 전화를 받고 내려오는 길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엄마는 아픈 곳이 없어 보였다. 엄마는 현자에게 거짓으로 몸이 안 좋다 한 듯 보였다.


다음날이었다. 그날도 현자의 밥 위에 계란프라이가 올려져 있었고, 정순은 현자에게 읍내에 볼일이 있으니 함께 가자고 했다.




정순은 이십 대 중반을 바라보는 현자의 결혼이 걱정된다며 좋은 혼사자리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말을 이 동네 저 동네에 말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한날 온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중매쟁이가 정순을 찾아와 대뜸 말했다 ‘ 저쪽 신태인에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는 착실한 총각 하나 사는데 사주 떼다가 한번 맞춰볼 겨?‘


결혼 후 평생을 남편이 술독에 빠진 꼴만 보고 산 정순의 귀에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는 착실한 총각은 그야말로 백 점짜리 사윗감이었다. 중매쟁이와 철학관에 들려 사주를 맞춰보니 이만한 궁합도 없으니 고민할 것도 없이 결혼을 시키라고 까지 했다.


이제 딸을 설득할 일만 남았다. 아니, 어떻게든 이 결혼을 성사시켜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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