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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Aug 06. 2023

어디에 있나, 내 인연

31살, 소개팅은 또 끝이 났다.

어디에 있나, 내 인연!

3년 전 연애를 끝으로 여러 번의 소개팅을 했지만 자발적-비자발적 애매한 솔로로 한 해를 맞이했다. 나를 좋아한다고 해도 마음이 가지 않아 거절했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는 흐지부지. 오랜만의 소개팅 소식에 설렘보다도 걱정이 반이었다. 거울 속의 나는 살이 찐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폭식의 빈도가 줄었다는 것.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직 나는 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 중이나, 막상 마음 한편 누군가에 줄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바뀔 수 없었고, 지금의 모습이 나인 것을 인정해야 했다.미국을 다녀오고 바뀐 환경에서도 일 년 반을 버틴 내가 대단하다. 아니 진짜 독하다! 는생각과 함께 애써 되뇌고 되뇌었다. 그래서? 받기로 했다! 내 인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생각으로.


그의 인상은 너무나도 순하고, 좋아 보였다. 나근나근하고, 화 한번 내지 않아 보이는 그런 사람. 그렇게 한 번의 인사와 함께 연락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성적인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다. 슬프게도 마치 급격한 주식하락만큼. 관심도가 뚝뚝 떨어지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한 번 더 만나볼까 했지만 이 감정이면 몇 번을 만나도 바뀌지 않을까, 오히려 상대한테 실례일 거란 생각이 콕 박여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찾아야 하지, 꼭꼭 숨었나? 어디에 있나!

“으-! 너무 답답해! 다들 좋은 사람 알아보고 만나는데, 나의 지금 모습도 괜찮다고 해주는 사람인데!! 나는 왜마음이 안 갈까 나 진짜 문제인 거 같아.”

언니에게 몇 번이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라 답을 알아내고 싶을 만큼 답답했다. 지킬앤하이드가 따로 없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만나봐! 연애하고싶잖아? VS 이성으로 호감이 안 생겨! 상대한테도 좋은 척하는게 실례야!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인거 같은데? 후회할걸 알지만, 또! 끝끝내 선을 긋고 말았다.


그렇게 31살 소개팅은 끝이 났다.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좋아해 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서.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사랑해서 함께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과 다시 멀어지는 거 같아 씁쓸하고, 기회마저 뻥!뻥! 차버린 거 같아서. 내년의 내가 또 후회하고있을까 봐. 하지만 좋아하는 척, 내 맘을 과대포장하여 상대에게 좋은 척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만남이라면 결말이 보이는 엔딩이지 않을까.

그렇다. 후회할 걸 알지만 그 또한 나의 선택이었다.

다시 또, 여전히 내 일상을 나눌 누군가 없이 혼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선택한 이야기의 결말이 솔로인 걸. 늘어가는 청첩장, 나는 언제 써볼까 싶어복잡미묘한 슬픈 감정도 올라왔다.

이젠 일 말고, 챙겨주고 싶은 사람에게 쏟고 싶은데. 어디에 있나, 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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