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길을 헤매다
마카오에서 홍콩으로 갈 때는, 내가 예약해둔 숙소가 침사추이에 있어서 침사추이로 가야 했다. 그런데, 홍콩섬으로 가는 배로 잘 못 타고 내려서 헤매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으로 구글맵도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위치 파악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지만, 그때는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전이라, 종이지도를 들고 다녔다. 지도 보는 게 그리 익숙하지 않던 나에게 지도를 보고 방향을 찾고, 길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과도 같았다. 길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교통수단까지 미리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미리 찾아두거나 여행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전 조사를 많이 해도 실전에서는 다른 곳으로 가기 일쑤였다.
마카오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낮이었는데, 홍콩섬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늦어버려서 어둡기도 했고,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무섭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지나가는 중년의 여성분께 이곳이 어디인지와 내 숙소 주소를 보여주며 여쭈어보았다. 그런데 여기는 홍콩섬인데 잘 못 온 것 같다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러다가 밤늦은 시간이라서 내가 잘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나를 데려다주겠다고 하셨다. 혹시라도 내가 무서워할까 봐 내가 가야 하는 방향과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을 짚으며 설명해주시면서 데리고 가주셨고 덕분에 내 숙소가 있는 하버시티 쪽으로 올 수 있었다.
정말로 너무 감사해서 작게나마 사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이라서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기념품을 챙겨와야 한다는 생각도 못 했고,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연락처라도 여쭈어봤어야 했는데, 그대로 감사 인사만 하고 돌아선 것이 지금까지도 못내 아쉽다.
다음의 일정에서도 길을 헤매던 일은 반복되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길치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지냈었다. 그러나 그건 늘 가던 길로만 다녀서 그런 것이었나 보다. 이때의 경험으로, 처음 가는 길을 갈 때 주변을 살피면서 특정한 가게나 시설물을 보고 길과 방향을 파악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관찰력이 그 시절에 비해서는 좀 더 많이 생기게 된 것 같다.
홍콩 야경을 보러 빅토리아 피크에 갔다. 방향을 잘못 파악하고 원래 버스를 타고 가려던 계획과 달리 어쩌다 보니 도착해야 할 곳에 걸어서 잘 도착했다. 그런데 무조건 빅토리아 피크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잘못 온 줄 알고 도착지에서 버스를 탔다. 잘못 탄 줄도 모르고 있다가 내리고 보니 버스의 시작점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내가 내리자마자 ‘어, 여기가 아닌데?’ 하고 깨닫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니, 기사님이 웃으시면서, 너 왜 또 타느냐고, “재미있어서 타는 거냐?”고 하셨다. “네…….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냥 올라탔던 기억이 있다. 천장이 오픈되어있는 이층 버스였는데, 그 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것이 재미가 있기도 했다. 11년 전이던 당시 한국에는 없던 이층투어버스였는데, 기사님의 반응으로 보아 재미로 여러 번 타는 사람들도 있긴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