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빚고 마시는 동네 모임 이야기
아직 자본이 충분하지 않아 정식 매장이 없었을 땐, 예약을 받으면 인근 공유 주방을 빌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습니다. 마치 보따리장수 같았죠. 농담이면서 동시에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여름, 좋게 말하면 추진력이, 나쁘게 말하면 조급함이 넘쳐흐르면서 운 좋게 대출을 받고 해일막걸리 매장을 열게 되었어요. 내 마음대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공유 주방을 이용할 땐 원하는 일시에 예약을 못하는 일도 많았고, 심지어 예약일 며칠 전에 갑자기 취소당하는 일도 있었거든요.
적어도 계약 기간 동안은 365일 매장을 쓸 수 있었기에, 한 시간 동안 막걸리를 빚어 보는 체험에서 더 나아가 연속적인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꾸준히 여러 번 막걸리를 빚을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면 단양주뿐만 아니라 오랜 발효 시간이 필요한 이양주, 삼양주도 만들 수 있죠.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모여 술을 담그는 매주(酒)해막을 기획했습니다. 기획 방향은 명확했어요. 나만의 술을 만들면서 담소를 나누는 편안한 동네 모임이 되고자 했죠. 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이나 다양한 술을 많이 마시는 것만큼 사람 관계가 중요한 동호회와는 목적이 조금 달랐어요.
매주해막이 원하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냐고요? 네! 기대 이상입니다! 매주해막이 처음 시작된 9월부터 지금까지, 저는 매주 행복을 얻고 있어요. 별다른 유료 광고도 하지 않고 온드 미디어와 가게 입간판에만 매주해막 정보를 올려놨을 뿐인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신 것부터 엄청난 시작이었습니다.
첫출발은 저도 확신할 수 없기에, 0기라는 시범 기수로 시작했어요. 매주 금요일 오전과 오후에 모였던 0기는 추후에 합류하신 분까지 총 8분을 모시고 진행했습니다. 찹쌀 단양주와 각자 직접 짠 레시피로 만드는 순곡 이양주를 만들었고요. 매 시간마다 소소한 안주와 주제에 맞는 막걸리를 준비해서 시음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감동인 건 많은 분들이 매주해막의 취지에 맞게 즐겨주셨다는 점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함께 나누고 싶은 술과 먹거리를 가져오시고, 술 빚기가 끝나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셨거든요. 덕분에 저도 몰랐던 동네 이야기도 들으면서 맛집과 지난 역사를 알게 되었답니다. 흥미진진 그 자체!
아침 일찍 일어나 밑준비를 하고 뒷정리를 하면 자정이 다 되어 집에 도착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날들이었어요. 인복이 많아서인지, 계속 뵙고 싶은 좋은 분들만 만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동네에 이런 가게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매번 말씀해 주시는 분부터 어서 막걸리를 만들어서 팔아달라고 하시는 분까지 늘 고마운 말씀을 해주고 계세요 :)
11월부터는 찹쌀 동동주와 순곡 삼양주를 빚는 새로운 매주해막 1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마다 모임이 열리고 있고 총 6분이 함께해 주시고 계세요. 새로운 얼굴도 만나 뵙고, 반가운 얼굴도 다시 뵙게 되어서 여전히 신이 납니다.
매주해막 1기가 끝나기 전에 2기 모집 소식으로 찾아뵐게요.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꼭 참여해 보세요. 연말을 맞아 특별한 막걸리를 함께 빚어 봐요.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리라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