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우형이 떠났다. 어제 새벽에.
작업실 선배였고, 고등학교 선배였던
참 꾸준하게 심심하고 재미없던 형이 가버렸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소장과 형을 추억하는데, 형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다.
오늘처럼 술을 그렇게나 많이 마셨는데, 형 자신의 얘기를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 슬펐다.
쓸쓸하게 떠난 사람, 형 이따 봅시다.
재우형
김치를 송송 썰고
계란은 딱 한개
흑백이 있을리 있나
형의 볶음밥은 미슐랭 쓰리 스타
먹던 숟가락 쪽 빨아
냉동실에 넣으면
저온 살균, 기적의 파스퇴르
수 많았던 술의 밤
짬밥보다 맛 없던 형의 말
혼자 밥 먹듯 맛없는 밤을 보내다
그 새벽 누구보다 부지런히
세상을 떠난 이유가 뭐였을까
작업실 방구석이었으면
그 때 먹던 김치볶음밥이 있었으면
형은 서둘러
새벽에 떠나지 않았을까
파스퇴르, 내가 기억하는 형의
유일한 조크요
형의 박장대소를, 울분을, 경멸을
본 적이 없소
심심해서 떠났을까
힘들어서 떠났을까
얘기는 하고 떠나지 그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