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영동대교 북단
밥 짓는 연기로 봉화를 올리는 시간
그 때는 옛이야기처럼 희미하지만
본능 같은 그리움에 벌건 횃불을 들고
물이 둘러싼 다리 위에 올라서면
저 아래 횃불로 가득한 시위대가 끝없고
쓸쓸한 허기로 분노한 아우성이 귀를 채운다
허전함을 우회하고 그리움에 이르는
이정표는 그 길에 없으니 쭉 직진하시오
무책임한 길이 이끄는 대로 가다가 서다가
성난 횃불의 그을음에 시커메진 건물은
아무것도 아니기를 작정한 길 위의 장벽
소란함과 별개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리움을 태워
봉화를 올려 주시오
누구라도 좋으니 연분홍 꽃을 심어
가는 길 위에 뿌려 주시오
허기진 배를 그립던 밥으로 채울 수 있게
영동대교 북단에 이정표를 세워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