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
매일 생산되는 나는
하루의 유통기한을 보내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시된다
폐기는 없고 포장도 그대로다
먼지가 내려앉은 상품은
퇴락한 매대에서 잊혀지고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고려장 한다
죄책감도 없이
내게 남은 재료를 헤아린다
신상품의 출시는 요원하고
포장이라도 새로 해야 하나
속이 비치는 싸구려 포장지라니
차라리 염을 하고 말지
습관적인 감사의 기도는
주문(呪文)으로 끝이 나고
구르는 컨베어벨트에 눕는다
꿈속에선 여전히
어떤 꿈을 꿀 것인가 고르다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