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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Oct 20. 2023

걸어 가자


걷다 보니 어느새 산 중턱이야

길 가의 이름 모를 풀꽃이 예뻐서

숲의 달콤한 숨을 쫓아왔을 뿐인데

어느새 저기 정상이 어슴프레 보이는 것 같아


구름에 가린 정상이 신기루인가

싶어 신발도 벗어던지고 마음이 조급해

돌부리에 차이고 이름 모를 풀에 베여도

저기 위만 보고 온 힘을 다해 뛰어올랐어


그러다 문득 깨달았지

난 그저 걷는 게 좋았을 뿐이었는데

뛰어오르다 새소리, 풀냄새, 싱그러운 꽃

다 뒤로 흘려버리고 나만 홀로 남았어


잠시 멈춰서 큰 숨을 쉬어봐

위로 쳐든 시선을 다시 길 위에 두고

팔을 벌려 풀에 기대고 코를 킁킁 거려

걷다가 걷다가 죽어도 좋을 것 같아

그래도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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