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들은 학교에 입학했다. 또래보다 키가 작은 아들은 큰 가방을 메고 혼자 교정으로 걸어 들어갔다. 파릇파릇 새싹처럼 입은 아들의 초록색 점퍼와 새 운동화가 반짝였다. 아들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한동안 교문을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시작되는 ‘변화와 성장’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다.
오전 열 시가 되니, 서서히 아침 햇살이 아파트 앞 동의 옥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봄맞이 대청소를 했다. 우리 가족에게 지난 2월은 한껏 웅크리고 있던 시기였다. 아내는 코로나 19로, 아이들은 방학으로 인해. 나도 은근슬쩍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 같았다. 기분을 전환하고 싶었다.
텔레비전과 책장 위, 사이사이에 먼지가 자욱했다. 그 모습을 보니, 꼭 그동안 챙기지 못한 내 마음 같았다. 방치되어 겹겹이 쌓인 것들. 손을 대니 먼지가 풀풀 날렸다. 아무런 힘도 없는 그것에 새삼 놀랐다. 가만히 살펴보니 먼지들은 어쩜 가장자리에 몰려 있었다. 방바닥 구석에 뭉쳐 덩그러니 남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먼지가 보였다. 그것들을 한데 모아 치우면서, 나도 왠지 그런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휴직한 이후, 중심에서 벗어나 변두리로 몰린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집 안 청소를 하면서 티끌에 동질감을 느끼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 한숨이 흘러나왔다. ‘뭐지, 이 기분.’
청소를 다 하고 나서 깨끗해진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웬만한 먼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인제야 내 마음 구석의 먼지를 들여다보는구나….”
그동안 뭐가 바쁘다고, 이렇게 소홀했을까. 하나둘씩 쌓여가다가, 뭉치가 되어 버린 마음. 보기 흉하게 변질돼 버린 태도. 다시 그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힘이 없는 것은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법일까.’ 내 마음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먼지가 되어 구석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해야하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