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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진 Feb 23. 2023

호수의 봄

시작(19)

딸각 스위치를 켜고는

어둠 속에 드러난 것처럼

나는 그림 안 길을 걷는다.

그곳엔 호수가 있고

겨울 떠나 봄이 도착,

사물을 배치하는 젊은 화가가 있다.

작은 분수대를 튀어나온  

은어는 파닥파닥 수면을 헤엄쳐

어둔 나무에서 빛으로 흐르고

물가의 흙, 기다림으로 만든

억새는 누런 솜사탕을 흔들고

오리 다섯, 유혹을 따라 헤엄쳐 간다.

백골 가루가 내려앉던

차가운 백사장은 온데간데없고

닿으면 금세 물드는 물결 위

높은 빌딩의 수채화가 그려지는데,

살며시 감은 눈 다시 뜨면

싱그러운 햇살이 나를 두드려

이제 눈 안에서 꽃이 핀다.     





나날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얼음이 다 녹고서야 봄이 왔음을 깨닫습니다.

분수대에서 파문은 시작되고, 물결을 따라 반사된 햇살이 호수의 유래를 설명하는 검은 안내판에 가 닿습니다. 흔들리는 물결은 마치 흐르는 물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봄이 되니 호수의 오리 다섯 마리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닙니다.

높은 빌딩이 수면 위로 비치며 데칼코마니 수채화를 그려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보며, 눈을 감았다 뜨면 제 눈에서 이제 꽃이 피는 듯합니다.

봄의 호수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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