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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울리는 '펜스룰'

조선일보 2018.10.10

by 밀덕여사 Mar 25. 2024

면담하면 문 열고 제3자 불러

신체 접촉 우려에 야외훈련 배제


육군 대대장 A중령은 부하 여군(女軍)이 보고를 하러 사무실에 들어오면 문을 활짝 열어두게 한다. 남자 부하 면담 때는 단둘이서 이야기하지만 여군 부하 때는 간부 한 사람을 동석시킨다. 나중에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말해줄 '증인'이다. 한 여군 장교는 "지휘관이 면담하자고 불러놓고 옆에 엉뚱한 사람을 앉혀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며 "나를 군인이나 부하로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여자로 보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했다.

여성 군인은 올해 6월 기준 1만1000여명이다. 전체 군인 가운데 6%다. 지난해(5.5%)보다 늘었다. 여성에 대한 병과(兵科)·보직 제한도 대부분 사라졌다.

여군이 늘자 국방부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다. 여군과 신체 접촉을 피하고, 여군과는 2차 회식이나 노래방에 가지 말라고 교육한다. 하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지나쳐 훈련 등 업무 영역에서까지 '펜스룰(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 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한 발언에서 유래)'이 확대되고 있다. 육군 여성 소대장인 B중위는 지휘관에게서 "야외 훈련이 있는 일주일간 영내(營內) 대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B중위는 "남군들과 똑같이 훈련받고 장교로 임관했는데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남성 지휘관들은 "야외 훈련의 특성상 여군이 있으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김모 소령은 "당장 화장실을 비롯해 여군 간부를 배려해줘야 한다"고 했다. 육군의 한 간부는 "일단 성 군기와 관련해 신고만 접수돼도 군 생활이 끝나다 보니, 신체 접촉이 생길 수 있는 야외 훈련에서 남성 지휘관이 여성을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성인 김모 대위는 "훈련 배제는 기회 박탈"이라고 했다. 여군 간부가 훈련에서 배제되면 남성 병사들이 수군거리며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 군인 가운데 15%가 여성인 미군의 경우, 여군들이라도 훈련·작전 참가에 열외가 없다. 미군은 부대마다 기회 균등(Equal Opportunity)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지휘관이 업무 지시 과정에서 부하를 성이나 인종으로 차별할 경우 보직 해임 등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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