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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軍관사마저… 태극기가 '드문드문' 펄럭입니다

조선일보 2018.08.17

by 밀덕여사 Mar 24. 2024

군인·공무원 사회에도 '자율' 확산, 국경일 태극기 게양 외면

민간 아파트선 '한 동에 한 태극기'… "안타깝다" 목소리 커져


제73주년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강원도 화천 주민 3200여 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아파트 사진이 올라왔다. "군인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밝힌 주민은 사진과 함께 "광복절인데도 우리 집까지 세 집만 태극기를 게양했다"는 글을 남겼다.


같은 날 강원도 춘천의 한 군인 아파트에는 전체 593가구 중 206가구(34.7%)만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태극기로 빼곡했던 예년과 사뭇 달랐다.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관사(官舍)에도 태극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연구소 소속 군무원과 공무원 등 2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태극기를 걸었다는 연구소 관계자는 "아침에 보니 태극기를 건 집은 다섯 곳도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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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주년 광복절을 맞은 지난 15일 한 군인 아파트에 태극기가 드문드문 걸려 있다. 태극기가 빼곡하게 걸렸던 예년과 다른 분위기였다.


군 간부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고 했다. 군 지휘부가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도록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런 지침이 없더라도 국경일에는 군 관사 아파트마다 최소 절반 이상 가구에 태극기가 게양됐다.

한 육군 간부는 "2~3년 전만 해도 광복절 날 관사에 태극기를 달지 않으면 상관에게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일부 군인 아파트의 경우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으면 경고하고, 경고가 3회 이상 누적되면 강제 퇴거하는 곳도 있었다.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에는 군 관사뿐만 아니라 간부 개인 차량에도 태극기를 달게 했다. 8월 한 달 동안 모든 군 차량에 태극기를 부착한 부대도 있었다. 한반도 지형 태극기 조형물을 만들거나 태극기 거리, 태극기 동산을 조성해 광복을 기념했다.

관사에 거주하는 한 장교는 "요즘에는 관사에 태극기 다는 것도 사생활 영역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라며 "군인이든 공무원에게 반드시 태극기를 게양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발(自發)을 중시하는 사회 흐름이 군과 공무원 사회에도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젊은 군인이나 공무원들은 배지·스티커 등 다양한 '태극기 굿즈(기념품·goods)'를 이용해 애국심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반 가정집의 경우 국경일에 태극기 다는 집을 찾기가 더 어렵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벽면에는 독립운동가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지만, 이번 광복절에 태극기를 단 집은 거의 없었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1300여 가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마다 태극기가 한두 개만 걸려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13개 모든 동이 비슷했다. 강원도 춘천시 학원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1절 춘천 시민의 태극기 게양률은 역대 최저인 14%를 기록했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온라인에는 저조한 태극기 게양률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광복절 기념 태극기 달기 시범 아파트 운영' 등 태극기 게양을 독려하는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태극기 판매 전문 업체 관계자는 "작년 초부터 태극기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는데, 보수 단체의 태극기 집회를 계기로 시민들이 태극기 게양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태극기는 나라의 상징인데 태극기 다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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