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10
육군·공군 병사 10여명 활약
지난 8일 KTX 탈선 사고 피해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군인들이 우리를 구조했다"고 했다. 시민을 도운 것은 휴가길에 오른 육군·공군 병사 10여 명이었다.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소속 조현기(22) 병장은 이날 아침 휴가 신고를 하고 오전 7시 30분 강릉역에서 서울행 KTX 8호차에 탔다. 조 병장은 "출발한 지 조금 지나 끼익, 쾅쾅 소리가 나고 열차가 5초 이상 심하게 흔들렸다"며 "흰 연기가 객차 안으로 들어와 창밖을 보니 앞쪽 객차들이 탈선해 있었다"고 했다. 조 병장이 탄 객차도 기울어지며 승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조 병장은 노약자, 여성, 어린이 순서로 승객들을 열차 밖으로 안내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은 업어서 옮겼다. 그는 "군인이니까 당연히 민간인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호차에 탄 김지범(20) 일병은 손으로 KTX 출입문부터 열었다. 열차에서 윤활유로 보이는 기름이 흐르고 있었다. 김 일병은 "제 주특기가 엔진 정비인데, 기름을 보니 화재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일병은 승객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온 후 남은 사람이 없나 객실을 살폈다.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안모 상병 등도 함께 승객을 안내했다. 김 일병은 "여성 승무원분들까지 구두를 신고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뛰어다녔다"며 "우리는 군인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