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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Dec 02. 2024

황금빛 균열: 깨진 신념의 대가

패배의 여운, 새로운 길의 서막

비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두운 방 안은 오래된 먼지가 쌓여 탁한 공기를 이루고 있었고, 창 틈으로 스며든 차가운 새벽 공기가 그의 몸을 감쌌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속 깊이 뻗어오는 통증이 그의 패배를 상기시켰다. 어젯밤의 싸움은 단순히 기술의 패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은 충격이었다.


‘결국… 용의 발톱은 꺾였군.’


비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침대 옆에 놓인 물병을 집어들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것은 부상의 후유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혼란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창문 밖 희미한 새벽빛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흐릿하게 퍼져나가며 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어젯밤 건의 마지막 한 방이 떠올랐다.


건의 푸른빛은 단순한 기운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자연 자체가 힘을 빌려준 듯한 흐름이었다. 자신의 검에서 발산된 용의 형상이 허공을 가르며 대지를 불태웠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건은 용의 불길을 단숨에 삼키며,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무기처럼 사용해 비수를 쓰러뜨렸다.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자신이 사용했던 황금빛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분명히 자신이 가진 것이 아니었다. 몇 달 전 육왕성에서 찾아온 소년과의 만남이 떠올랐다.


“제발… 제 아버지를 구해주세요. 당신께 이 기운을 전하라는 말씀만 남기셨어요.”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부당하게 감옥에 갇혔고, 마을 전체를 억압하는 탐관오리와 그 세력 때문에 숨조차 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고 허약한 손으로 자신이 들고 온 물건을 내밀었다. 그 물건은 밝은 황금빛으로 빛나며 기운을 발산했고, 그것을 통해 비수는 자신이 평소 사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다.


‘그 기운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소년의 아버지가 준 것이었다.’


그때 그는 소년을 도와줄 것을 약속했지만, 건과의 싸움에 앞서 그 기운을 사용하며 그것이 자신의 경지를 넘어선 위험한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감춰진 비밀이 있다."


방 안의 고요함을 깨우는 건 작은 노크 소리였다.


“오빠? 들어갈게.”

문이 열리며 비연이 들어섰다.


비연은 비수보다 네 살 어린 여동생으로, 작고 단아한 체구와 차분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는 따뜻함과 염려로 빛나며 방 안의 침울한 분위기를 덜어주는 듯했다. 그녀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에 든 약탕기를 내밀며 말했다.


“오빠, 많이 다쳤다면서? 어제 아래 마을 약초상이 좋다는 걸로 구해왔어. 이거라도 마셔.”

비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비연.”

그는 약탕기를 받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무거운 피로가 묻어 있었다.


비연은 약탕기를 내려놓고 그의 손을 살피며 말했다.

“오빠, 손이 많이 떨리네. 얼마나 다친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걱정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비수는 고개를 떨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지 않아.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어.”

비연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오빠가 누군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정말 그렇게 강했어?” 그녀는 나지막이 물었다. “오빠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거야?”

비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대답했다.


“강했다. 하지만 단순히 힘이나 기술의 차원이 아니었어. 그의 무공은 내가 알지 못했던 본질과 조화를 품고 있었지. 내 용의 발톱은 그의 폭우 앞에서 무너졌어.”


비연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럼 이제 뭐 할 거야?”


비수는 창문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래도 내게 황금빛 기운을 준 육왕성에 있는 그 소년의 아버지를 만나봐야겠어.”


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 소년? 설마 몇 달 전에 찾아왔던… 그 농부의 아버지 이야기야?”


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기운은 내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어젯밤 싸움에서 깨달았다. 그 기운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 소년이 부탁한 대로 그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육왕성으로 가야 한다.”


비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해볼게. 오빠는 지금 상태로는 무리니까.”


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를 믿는다. 하지만 위험하면 무조건 돌아와라. 중요한 건 그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그리고 마을의 상황을 확인하는 거다.”


비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다녀오면 오빠랑 같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자.”


비연이 떠난 뒤, 비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벽 안개가 걷히며 산봉우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에는 패배의 쓰라림과 함께, 새롭게 다가올 길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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