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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2년 다닌결과

by 대건

3학년으로 방송대에 편입한 후 4학년까지 지나, 이제 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과제물을 늦게 제출하는 바람에 학점이 5점 부족했고, 복수전공을 선택하면서 1년을 더 다니게 되었다. 처음 편입했을 때는 빠르게 졸업장을 얻고 싶었다.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2년 정도 공부해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선배들이 졸업을 앞두고 다른 학과로 다시 편입해 공부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들의 선택이 이제는 조금씩 공감되기 시작했다.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나 역시 생각이 달라졌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졸업을 하면 그 배움의 기회가 닫히는 게 아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움을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하면, 학위를 딴다고 해서 그것으로 새로운 길을 열기에는 나이가 어느 정도 찬 만큼, 현실적으로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다른 전공들은 실무에 적용하거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전공은 직접적인 취업의 도구로 삼기보다는,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을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경제학이나 국어국문학을 전공해서 회사 업무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기에, 지금은 현재의 일을 병행하며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현재의 일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식이 내 삶의 즐거움을 희생시켜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다.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단순히 재미없는 것을 억지로 즐겁게 느끼려는 것이 아니라, 재미없다고 느꼈던 것 안에서도 스스로 의미와 흥미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은 단순히 학업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결국, 나에게 있어 배움이란 단순히 취업이나 생계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 그 자체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하고 싶은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열정과는 달리, 우리 과의 임원 수는 점차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인구 감소가 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신입생보다 편입생이 많은 현실을 보면, 한 번 중단했던 배움을 다시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도 결국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간접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마저도 있던 임원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사람들이 졸업하면, 이제 임원은 거의 남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현실은 방송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로 보인다.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와 임원의 부재는 대학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단순히 대학의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장소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대학마저도 실용성과 생존의 논리에만 치우치고 있다. 특히 방송대처럼 다양한 연령층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이 문제를 더 체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배움의 기회를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선택이 더 빛나 보인다.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알고자 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나 역시 이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성장하고, 내 삶의 방향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결국 배움이란 나이나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여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이라는 하나의 끝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내가 이곳에서 배운 모든 것이 내 삶의 자양분이 될 것임을 믿으며, 앞으로도 배움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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