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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뒤에 가려진 위험한 거래

by 대건

추석 연휴 끝. 긴 연휴라 물량이 터질 줄 알았는데, 많긴 많았지만 작년만큼은 아니었다. 아마 국가전산망 화재 때문에 다른 택배로 빠진 물량도 꽤 될 거고, 주 7일 정책 때문에 떠나간 업체들 영향도 큰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물량이 많은 편이었다. 옆 동료가 자기 물량이 너무 많다며 혹시 더 쳐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나도 적은 편이 아니어서 거절했다. 오늘 같은 날 물량을 더 받았다가는 하루 안에 절대 못 끝낼 게 뻔했다.


옆 동료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마침 롤테이너를 끌던 알바생 하나가 자기가 돕겠다며 나섰다. 최근 다시 나온 친구인데, 성격이 워낙 싹싹해서 기사들 이름을 먼저 물어보더니 금세 '형님, 형님' 하면서 거리를 좁혔다.


워낙 물량이 많았던 터라 동료는 구원자라도 만난 듯 신나서 물량을 넘겼다. 그런데 PDA 배송 완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해하자,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가 날아왔다.


"잃어버리면 제가 변상할게요. 걱정 마세요."


알바생은 PDA를 임의로 '배송 완료' 처리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동료도 찜찜하긴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결국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둘의 아슬아슬한 거래는 일사천리로 성사되었다.


팀장도 그 많은 물량을 혼자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이 상황이 못내 불안했다.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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