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질서, 오해받는 평온

by 대건

매 순간을 대충 흘려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약속한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과식하지 않고 욕심을 덜어내며, 마음이 몸보다 앞서 나가지 않도록 매일 아침 스스로를 가라앉힌다. 내게 여유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우아한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하루하루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엄격한 생존의 규율에 가깝다.


하지만 나의 이 단단한 규율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전혀 다른 얼굴로 번역되곤 한다. 조급함 없는 움직임은 ‘절박함이 없는 상태’로, 감정을 절제한 표정은 ‘고민 없는 평온함’으로 오해받는다. 지출을 관리하고 삶을 통제하는 습관마저 ‘형편에 맞춘 소박함’ 정도로 가볍게 정리된다. 사람들은 이 평온이 유지되기까지, 내가 매일 얼마나 많은 유혹과 게으름을 쳐내고 있는지 보지 못한다.


그렇게 다져진 기반 위에 대학원 진학과 글쓰기, 공부라는 선택을 얹었다. 이는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한 훈장이 아니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구축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그럼에도 동료들은 내게 너무나 쉽게 말을 건넨다.


“요즘 얼굴이 폈네, 팀 이동하니까 좋긴 좋은가 봐.” “그 구역이 편하긴 한가 보네, 여유가 넘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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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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