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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로삼가아코디언 Aug 12. 2024

1. 영화 <점퍼> (2008)

추억보정 제거 N회차 감상평 시리즈

8월 첫째 주 저녁 식사자리에 곁들일 영화 한 편을 넷플릭스에서 고르던 중 난데없이 추천하는 작품으로 영화 <점퍼>가 눈에 띄었다. 벌써 16년전 작품인게 새삼 놀라웠다.

어릴 때 보았던 긴박한 추격 액션과 애들이 상상만 하던 멋진 능력들이 영화를 통해 만족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추억은 꽤 심하게 왜곡돼있었던게 틀림없다.


요약 : 금쪽이가 능력을 가진다면




1. 초반부 - 능력 각성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보게 되면, 위험에 빠져 순간이동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같이 보던 지인(영화를 이번에 처음 봄)은 여사친에게 줄 스노우볼이 능력을 주는 도구라고 추측했다. 이미 영화를 봤던 나도 한 번도 생각을 못했었는데, 그런 장치로 영화를 풀어냈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집안의 가보라던지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라던지.


이젠 도서관 사서가 더 걱정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이 도서관은 후반에 한번 더 난장판이 된다.

터덜터덜 돌아온 그의 본가. 아버지가 엄격하긴 하지만, 연락 없이 뒤늦게 귀가한 아들을 혼내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다시 보니 걱정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아들은 말도 없이 방으로 뛰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주인공은 꽤 어려 보이는데 벌써 사춘기가 온 모양이다. 일 저지르고 도망간 주인공의 뒤처리나 남겨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따로 없어서 그저 문제아의 가출로 비쳤다. 그냥 그런 것 같다. 


곧장 뉴욕으로 순간이동해 은행 돈을 훔쳐 호위호식하는 것으로 주인공이 능력을 얻고 출가를 하는 초반부라고 볼 수 있는데, 어.. 최대한 이해한 바로는 조금은 엄한(?) 가정에서의 삶과 얼음아래 하천에 갇혔을 때, 나가고 싶은 마음과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혹은 탈출하려는 의지가 트리거가 되어 능력이 각성되었다고 연출한 것이 아니었을까. 최대한 연출을 이해해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2. 중반부 - 위기의식이 상당히 뒤떨어지는 주인공


주인공이 팔라딘이라는 집단과의 첫 만남부터 일방적으로 당한다. 그럴듯하게 호각을 이루거나 그런 모습은 시종일관 이어진다. 그나마 그리핀이 반대로 사냥을 한다며 팔라딘 요원들을 바닷가에 던져놓고 오는데, 차라리 대사로만 언급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한 장면이라도 넣어줬다면 더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전기채찍? 같은 무기로 팔라딘과 마주치기만 하면 지저 진다. 기억 속에 남는 건 주인공 집에서, 그리핀의 은신처 그리고 여자친구 집 이렇게 3곳인데, 3번 다 감전부터 당한다. 그렇다고 팔라딘이 그만큼 위엄이 있는가? 뭐 그렇지도 않다. 감전시킨 뒤 납치하고 고문하고 이런 무서운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도망갈 시간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망갈 시간을 벌었던 주인공은 처음엔 잘 도망치나 했으나 본가로 도망갔다가 아버지 가슴에 못을 한번 더 박는다. 아버지는 얼마나 반가웠을까. 사라진 아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고 해도 아직 사춘기 소년은 대차게 나간다. 그러곤 다음 행선지는 첫사랑의 집이다.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여자친구를 보러 갔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본인 능력이 세상에 들통난 것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싶지만, 갑자기 추억회상을 하고 싶었는지 첫사랑을 찾아 나섰다. 그녀가 일하는 펍에 가서 동문들을 마주치는데, 그들도 딱히 정상적인 반응을 보여주진 않는다. 

아버지가 제일 불쌍하다

주인공을 괴롭혔던 불량학생은 자신 때문에 죽었을 죄책감이나 불안함 온데간데없고 꽤 반가워한다. 첫사랑은 쿨한 반응으로 날 1시간 동안 지켜본 거야? 라며 얘기하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친구가 성인이 되어 돌아와 유심히 지켜본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다. 까무러쳐야 정상인 상황에서 모두가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인다. 일단 일어난 일이니 넘어가 보자. 이것을 플롯의 한 흐름으로 보면 더 가관이다.


뭐 말씨름을 하다가 불량학생을 혼쭐 내주고 첫사랑을 데리고 로마에 가는 이야기는 줄거리 초반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능력자물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장면은 필수니까 말이다. 그런데 플롯의 순서가 많이 잘못되었다. 애초에 목숨을 빼앗길 위기를 당한 다음에 일어난 일들이어서 그렇다. 오히려 자연스러우려면 잘 먹고 잘살던 주인공이 살던 마을에 다시 돌아가 펍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겪고 로마에서 위기를 가져야 한다. 앞서 있었던 주인공의 위기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앞부분을 편집으로 들어내도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사실 여기까지 집중해서 보았고, 그다음부터는 뇌를 잠시 다른 곳에 두고 관람했다. 이때부터 팔라딘이 왜 점퍼를 잡는데 혈안이 되는지 공감했고, 우리가 사는 지구촌이 이들에 의해서 파괴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주인공은 현재 팔라딘에게 쫓기며, 인생의 큰 위기를 겪는 중이다. 그래도 첫사랑과의 해외여행은 꼭 가야 했다. 




3. 엄마 그리고 아빠


엄마는 팔라딘이어서 집을 나갔다고 한다. 제일 의미없는 설정이지 않을까...

영화 중반부 첫 등장을 하는데, 주인공이 위기일 때 한번 도와준다. 그 뒤로 마지막에 다시 만나 사실 엄마는 팔라딘이라 점퍼 아들을 키울 수 없었다며 사정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의 사정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빠는 무슨 잘못이 있어서 5살 아이와 함께 남겨졌던 것일까. 아빠의 사정에는 누가 이해를 해줄 것인지 의문이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정상이자 불쌍한 사람이다. 혼자 남겨지고 졸지에 팔라딘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한다.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동한 주인공. 병원을 박살 낸 것과 동시에 아버지는 살해당한 것이 확실해졌다.


나름 엄마도 팔라딘이라 네가 떠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듯이 얘기한 엔딩 장면이 있는데, 전혀 긴장감을 유발하지도 않았으며, 그녀의 딸이 다시 등장하기만을 바랬다.

여차저차 이복동생과의 만남. 영화 보면서 탄식만 나오다 탄성이 나왔던 장면. (크리스틴 스튜어트)




4. 여담 - 그리핀 역(제이미 벨) 


낯익은 얼굴이 처음엔 톰 홀랜드가 떠올랐으나, 그의 필모를 찾아보니 굵직한 영화들의 주연이었다. 그 영화들은 빌리 엘리엇과 설국열차였는데, 이후로도 계속 활동하는 것 같다. 판타스틱 4 리부트판에서도 등장했다는데 돌멩이로 분장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요새 마블에서 판타스틱 4 소식이 계속 나오길래 한 번쯤 다시 찾아보려 했었는데, 점퍼에서 먼저 만나게 되었다)


빌리 엘리엇
설국열차


그나마 조력자라면 조력자인데, 이 친구도 사회부적응자 모먼트가 많이 보였다.

점퍼라서 그런지 다 때려 부수고 다니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일단 금쪽이는 매가 약인게 확실하다. 팔라딘도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총을 겸비하지만, 곤봉류 무기도 꼭 챙긴다. 분노에 찬 표정을 보아라.




5. 마무리


능력물에서도 멋지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기초교육 없이 자라온 금쪽이의 활약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굳이 없어도 될 장면들이 너무 많았고(일본 씬)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부족했다. 그래도 이만한 능력자물이 당시에 드물었기에 추천을 하는 바이다. 


물론 영화 '핸콕'이라고 있다. 훨씬 더 재밌으니 이 영화보다는 '윌 스미스' 형님걸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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