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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로삼가아코디언 Sep 02. 2024

신이 있다면 물어볼 질문들

영화 <프로이트의 마지막 세션> 후기


안녕하세요 종로삼가아코디언입니다! 8월 중순부터 말까지 또 어떤 영화가 개봉하는지 혹은 상영 중인지 하이에나처럼 두리번거리던 어느 날 공교롭게도 서울 나들이 나갔을 때, 이 영화의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로잡힌 문구는 [유신론자 vs 무신론자]였고, 이에 앤서니 홉킨스 배우님의 얼굴이 보이자 홀린 듯이 상영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교롭게도 서울이었다고 표현한 점을 상기시키자면 이 영화는 상영관이 매우 적습니다. 그리고 상영을 하더라도 하루에 한두 번 정도만 상영을 하기에 참 다행이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압구정 CGV 독립영화관에서 보았습니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에 여자친구와 다녀왔고 서로가 굉장히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겼답니다. 연극이 원작이어서 대사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꽤 함축적인 느낌이 강했고, 대사 하나하나가 공들여진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공간의 이동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영화 내에서도 연극의 특징이 잘 묻어 나오는 편입니다. 




1. 출연 배우



지그문트 프로이트 - 앤서니 홉킨스



금쪽이 아버지


안소니 홉킨스 배우님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익숙합니다. 배우 중에서도 대부격의 연기자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마블의 토르 아버지 '오딘'의 역을 맡았답니다. 다른 유명한 영화를 말하자면 '조 블랙의 사랑', '한니발'을 꼽을 수 있겠네요.





C.S. 루이스 - 메튜 구드


메튜 구드 배우님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차분하며 딕션도 정확하게 내뱉는 연기에 감탄했습니다. 특히 대사량이 많은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적절히 조절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안소니 홉킨스 같은 대배우를 두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대단했습니다.





2. 등장인물의 기본적인 정보


프로이트 교수는 인간의 욕구가 성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음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얘기합니다. 영화 내내 성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거나 그런 뉘앙스가 많이 보인다면,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히스테리 또한 성적인 욕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하니 그 당시에는 나름 파격적인 주장이었답니다.


루이스 교수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나니아 연대기라는 작품은 종교적인 상징성을 많이 내포시켰는데, 특히나 기독교적인 특징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영국의 문학작가이자 교수인 루이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관을 문학에 투영시켰습니다.




3. 기대하고 볼 점과 기대하지 말아야 할 점



과학과 종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화인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불꽃 튀는 토론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지성인 두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경험을 얘기하며 어떻게 무신론자 혹은 유신론자가 되었는지 얘기를 나눕니다. 서로의 심리상담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건전하다고까지 생각이 듭니다. 


사실과 그에 대한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이 몇몇 있습니다. 매우 흥미진진하며 배우들이 흥분을 할 땐, 같이 흥분하게 됩니다. 다만 그 근거와 이유를 설명할 때는 당연하게도 개인적인 이유를 들 때가 많기 때문에 어떤 집단을 대표할 것처럼 선보였던 광고의 로고가 기대하던 분위기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훌륭한 연출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과 대비되어 인간만이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게도 신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뽑아본 하이라이트 장면입니다.


3-1. 인간의 고통



프로이트가 신에 대한 모독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그가 말하길, '내 환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예수라고 다를게 뭐가 있는가? 내 눈엔 같은 정신병자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꽤나 저돌적이면서 강한 어조로 얘기한 이 대사뒤엔 구강암의 고통이 밀려옵니다. 마치 신의 호통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방금 전까지 비아냥대며 소리 질렀던 프로이트는 고통에 몸부림을 칩니다. 


뒤이어 조금 진정을 한 뒤, 프로이트는 시가를 피워대기 시작합니다. 루이스 교수는 구강암에 고통스러워하는 자가 시가를 무니,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더 고통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인간에게 고통은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를 하고 넘어갑니다. 이때 프로이트는 고통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어딘가 초월해 보입니다.


사소한 질병으로도 고통받는 인간 따위가 신을 모욕하니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려지고, 인간은 그런 고통이 바로 인간의 대표성이자 상징임을 인정합니다. 프로이트가 신과 대등하게 토론을 다시 이어나가는 모습을 그려냈다고 생각했습니다.


3-2.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향유



그들의 대화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루이스 교수는 기차에서 짧은 꿈을 꿉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내용의 꿈이 아닌 환상적인 이야기의 단면만을 보는 듯한 그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는 잠에서 깨며 만족스러운 듯 꿈의 내용을 더듬어보지만 곧 쿵 하는 소리에 놀라고 장면이 전환됩니다. 철로의 길이 두 갈래에서 한 갈래로 이어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점점 모르겠다는 답변이 등장하면서 종교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감상만이 즐비하게 되는데요, 마지막 기차에서의 짧은 꿈은 수많은 인간들이 다양한 이유에서의 믿음과 불신이 있음을 알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 따른 신에 대한 인식이 매번 다르게 나타나기에 어느 것 하나 정형화된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유신론자의 다양한 경험(개종 등)이 하나의 신으로 이어지는 것도 특히 기독교 기반의 신을 말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특별한 경험이 항상 하나님을 의미한다고 얘기하기에는 유일신이라고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어느 것 하나 확신해선 안됩니다. 그렇지만 종교에서는 믿음이 전부이니, 그저 믿는 행위 그 자체가 신성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쿵 소리 하나에 놀래는 한낱 인간이 어떠한 경험으로 믿음이 생기는 과정을 선로로 연출하였으니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으로 비치겠네요.




4. 영화를 보는 3가지 관점


두 주인공의 대화가 아닌 신을 향한 일방적인 고백이라고 보면 재밌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은 각 인물의 상징을 떠올리며 대사들이 서로에게 향하는 것이 아닌 신에 대한 인간들의 질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제공하는 줄거리를 따라가는 방법이 첫 번째 방법이 되겠습니다. 지성인들의 대화만을 따라가도 충분히 재미를 보장합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유신론자라면 대부분이 염원할 신과 만남을 상상하며 관람하는 겁니다. 먼저, 프로이트가 신을 만나서 얘기한다는 설정입니다. 무신론자가 신을 만나 물어볼법한 질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쟁과 같은 비극 혹은 고통스러운 질병들도 신의 계획인 것인가? 동성애는 어떻게 해석하면 되는가? 등등 말이죠. 이러한 질문들을 하는 안소니 홉킨스의 비아냥과 분노 섞인 연기는 상대역인 루이스 교수를 신으로 대신해서 생각하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보입니다.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이러한 대사들이 마치 유신론자가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더군요. 절실하게 외치는 신도들처럼 말이죠.


반대로 루이스 교수의 대사들도 프로이트를 신으로 대신해 연기한다고 보면 꽤 재밌는 장면들이 보입니다. 어디서든 다양한 모습으로 신은 존재한다고 말한 것처럼 그에게는 프로이트로서 나타나게 된 것이죠. 자신 있게 신을 믿게 된 경로를 얘기하지만, 점점 믿음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는데 바로 여기서 '모르겠다'라는 대사가 나오게 됩니다. 곧이어 프로이트는 '이제야 대화에 진전이 있군요'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이 루이스 교수의 본심을 밝혀서 흥분한 프로이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신의 의도까지 알고자 노력하는 신도가 좌절하고 흔들리니 이에 신이 위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가지 더 재밌는 장면은 프로이트가 루이스 교수에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열어보지 말라며 책을 한 권 선물합니다. 루이스 교수는 집에 가는 열차에서 바로 확인을 하죠. 저는 선악과 이야기가 바로 떠올랐던 장면이었습니다.

프로이트의 딸, 상당한 효녀로 나오지만 끝에 자신의 뜻을 밝힌다는 점에서 인간과 신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5. 결론


마치 팽팽한 토론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나약한 인간들의 기도와 고백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였습니다. 그런 상징성을 찾아보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고요. 이번에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남은 하반기에 꽤 자극적인 영화들이 대기 중입니다. 그전에 쉬어가듯 볼 수 있었던 재밌는 영화였네요.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찾으신다면, 시간 내서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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