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도실무관> 후기
안녕하세요 종로삼가아르르..코디언입니다! 추석에 자유시간이 많이 생긴 만큼 이것저것 찾아보셨죠? 마땅히 볼 건 없었고 영화관에는 <배테랑 2>만 거의 도배가 되어있으니, 다른 영화에 눈 돌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추석 명절에 걸맞은 영화가 하나 더 개봉했으니.. 바로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입니다. 평소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면 별 감흥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배테랑 2>를 보고 난 후에 접한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꽤 높았는데요. 그 이유를 하나의 예시로 든다면,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신메뉴를 먹고 기대이하의 시식평을 남긴 뒤, 대형마트의 치킨을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든든함과 안정감 그리고 담백함을 들 수가 있겠습니다.
<무도실무관>은 원작이 없습니다.
재밌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운동과 게임을 하는 '이정도'. 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대결을 통한 승리이며, 본인은 항상 이기기 때문에 재밌다고 한다. 실력 있는 주인공의 날렵한 운동신경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합니다.
이런 설정은 흔히 '먼치킨' 장르의 주인공 서사이며, 다양한 작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웹툰 시장에서는 시원한 전개에 없어선 안 되는 설정 중 하나이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 아버지가 치킨집을 하시는데 이름이 '먼치킨'입니다. 시작부터 대놓고 '주인공은 압도적인 실력의 주인공입니다'라고 알려줍니다. 재밌는 이스터에그죠. 덕분에 저는 앞으로의 영화 흐름이 나쁜 놈들을 쓸고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결국 최종 악당을 무찌르고 아버지와 지켜낸 아이의 응원을 받으며 막을 내립니다. 단순히 제가 줄거리를 요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자체가 바로 이 영화의 큰 장점입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시켰다고도 말해볼 수 있겠습니다. 운동을 매우 잘하는 한 청년에게 일어난 해프닝은 1시간 50분이라는 상영시간에 알맞게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칫 중간보스에게 깨진 다음 수련을 통해 실력을 쌓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볼 뻔했지만, 과감히 생략됩니다. 주인공의 서사는 간단하고 유쾌하게 오프닝을 장식했으며, 등장하는 빌런들의 서사또한 알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서 잠깐 등장할 뿐이죠, 그리고는 박살 난다 끝.
'아는 맛이 무섭다'
상당히 단순하지만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김주환 감독님은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었던 요소들을 모조리 덜어내고 나아갈 방향에만 신경 쓴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물론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하는 것이 적당한 방법은 아니지만, 비슷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을 최대한 개선해 차기작을 선보였다는 것을 짚고 싶었습니다. 관객들이 원하는 액션 코미디 장르의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해, 가볍지만 그렇게 가볍지는 않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평점이 알려주듯 관객들이 원하는 연출과 무게감을 정확하게 간파해 낸 것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치고 나가는 흐름이 꼭 좋았던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차저차 보호관찰관 김선민 씨를 만나 무도실무관으로 일하게 된 루키 '이정도'는 일(나쁜 놈 잡아서 두들겨 패는 일)을 빨리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혹은 출동을 해야 하는 것에 근거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가자고 말하면 그저 매번 알겠다고만 합니다. 저라면 신입이 말하는 출동이 과한 대응은 아닌지 한 번쯤은 신중하게 확인해 봤을 텐데 말이죠.
반대로 영화 <청년경찰>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구해야 하는 사람들의 우선순위를 논하는 장면에서 '모두가 똑같이 소중하다. 누구 하나 더 중요한 사람은 없다.' 이런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죠. 경찰대 학생들이 실제사건에서 겪는 어려움이 깨달음으로 이어져 경찰로서 완성되어 가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무도실무관>에서 김선민 보호관찰관은 성동일 배우님이 연기했던 지도교수의 역할을 해주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싸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멘탈과 자세를 고쳐주는 그런 조력자 포지션이 좋지 않았을까 내심 아쉬워했던 겁니다. 그저 사람 좋은 인물로만 등장해 주인공에게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장면이 작중 존재하지 않아 무색무취의 인물로 보였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통큰 치킨의 심심함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이정도'의 친구들입니다. 뭐 하는 사람들 인지도 모르겠고 맨날 주인공이랑 놀다가 사건에 드론으로 도와주는 정도로 그친 조연들. 드론조차 없는 친구들은 삼겹살 얻어먹기만 한 걸로 끝이네요. 분명 한 친구는 작가라고 해서 관련 능력으로 도와주나 했으나 그냥 뭐 별명정도로 그친 일회성 멘트였고요. 물론 친구들의 하찮은 능력으로 결정적일 때 도와준다는 식의 연출은 흔히들 짜친다고 얘기하지만, 전 그런 영화인줄 알았는데요? 예? 솔직히 주인공 친구들 등장했으면 그런 장면 기대해도 마냥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 <사냥개들> 본 사람들만) 마지막으로는 제 과한 욕심인데요.. 아버지가 칼 잡는 법을 조금이라도 알려주는.. 뭐 그런 장면.. 좋았겠.. 아유 그럼 좋았겠다. 작중 김우빈 배우님이 '스물...'이라고 나지막이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배우 개그도 들어간 것 같아서 혹시 이런 개그도 있으면 괜찮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
<배테랑 2> 덕분에 훨씬 재밌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자경단원의 활동이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하는가? 사이버 레커들의 문제점은? 이런 메시지를 가진 오락영화는 가볍게 보러 간 관객들을 어수선하게 만드는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습니다. 후반부에 공직자로 일하는 주인공이 거리낌 없이 바로 자경단원 일을 합니다. 이 부분이 <배테랑 2> 후유증으로 인해 사적재제라는 행동이 파장을 불러일으키려나 싶었지만 금세 사라집니다. 왜?
영화의 톤이 일정하니 화가 난 주인공이 악당을 때려잡는 것에 사회적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어요. '나쁜 놈을 잡는다'라는 메세지가 명확하니 무겁고 복잡하게 생각할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대통령상 받을 때에도 걱정 없이 축하해 줄 수 있었죠. 범죄도시가 롱런할 수 있었던 일관된 코드 하나로 관객들을 수긍시킨 것처럼, 이 영화도 범죄오락액션의 기본적인 뼈대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락영화를 오락영화답게 잘 만들었어요.
이외에도 김성균 배우님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액션도 깔끔한 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보는데 편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에 코미디가 들어가 있어 정말 적절한 호흡조절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김주환' 감독님 이름 석자는 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냥개들 2>도 조만간 소식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