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안녕하세요 종로삼가아코디언입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혹은 휴가를 보내고 오신 분들은 영화관에 한 번씩 눈을 돌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에겐 7월만 놓고 보면 극장을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었어요. 통신사 할인이나 여타 쿠폰들에 의무감을 가지고 상영시간표를 보더라도 흐음.. 고민만 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SNS에 떠돌아다니는 배우들의 홍보영상을 보면 오! 이 배우의 영화라니 한번 봐볼까 싶어도 이젠 더 이상 속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크게 보면 4개의 한국영화(탈주, 탈출, 하이재킹, 핸섬가이즈)가 있었으나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한국영화에 대한 거리감은 작년 1월 권상우 배우님 주연의 '스위치' 그리고 3월 이성민 배우님과 조진웅 배우님의 '대외비'를 이유로 꼽아볼 수 있겠네요. 하나는 지루해서 중간에 졸았고, 다른 하나는 어떤 영화인지도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저는 영화관 내에 좌석 사이 복도 불빛(안전등?)이 더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는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으로 최종선택하게 되었고(애플의 자본이 들어갔다는 것도 한 몫했습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꽤 만족스러운 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무랄 때가 없는 연기를 해준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이 영화 내내 이끌고 나아갔는데요, 역사적으로나 영화 줄거리로나 그 결과를 알고 보기에 플레이 타임이 신경 쓰였지만 이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습니다. 우디 해럴슨과 감독역할의 배우분도 재미난 연기로 영화를 받쳐주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음모론의 열기가 식지 않은 미국의 달 탐사인 아폴로 11호 작전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넘버링에서 알 수 있듯 (찾아보니 2, 3호는 없다고 합니다.) 여러 번의 미션이 거듭되었고, 특히 1호에서의 참사부터 영화의 시작점에 놓입니다. 1호 미션의 실패를 안고 있는 채닝 테이텀이 11호 미션 준비과정을 보여주면서 나사의 연구와 훈련 과정을 곳곳에서 보여주는데요. 그러다 보니 하나의 전시회를 둘러보듯 다큐멘터리 영상과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줍니다. 영화적 연출의 직접적인 개입은 바로 아폴로 11호에 드러납니다. 소련과의 과열된 경쟁으로 우위에 서고 싶었던 미국은 실패를 용인할 수 없었고, 보험으로 달 탐사 영상을 자체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여기까지가 전체적인 플롯의 흐름입니다.
<좋았던 점>
1. 먼저 달 탐사 미션의 전체적인 설명이 영상 자료들과 배우들의 대사로 이루어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친절하게 설명해 주려는 의도가 돋보였어요. 나사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미션을 준비하는데 같이 분주해지며 몰입했습니다. 아폴로 11호 미션을 알고 갔다면 더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기도 했고요. 또한 이 음모론에 관련해서 영화는 조심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관객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는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언급한다던지(실제 달 착륙 영상은 가짜이며, 그 영상을 제작한 사람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라는 음모론이 있음), 페이크 영상 속 CG처리는 어떻게 한다던지 말이죠.
2. 카메라 안에 담긴 인물들과 피사체의 연출이 미학적으로 이쁘다는 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우주선과 나사 내부 시설을 담아낼 때도 시원시원했고, 화면 속 인물들의 배치는 대립과 협력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연출은 격납고 같은 시설의 입구에서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와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와 대화하는 장면이 꽤 등장하는데, 그때 각자 배경이 누구는 그림자에 있고 누구는 햇빛에 놓여있습니다. 또 언제는 같은 햇빛에 있기도 하죠. 이들은 처음에 대척점이 있다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부분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3. 그런 반대 지점에 위치한 두 인물은 변화합니다. 켈리 존스는 거짓말보단 솔직함을 택합니다. 이 페이크 영상을 실제 촬영 영상에 대체할 거라며 사실대로 털어놓고 콜 데이비스에게 협력합니다. 콜 데이비스는 꽉 막힌 성격에서 융통성 있는 일 처리를 보여주죠. 특히 콜 데이비스가 거짓말로 우주비행사를 안심시키고 그냥 그런대로 해!! 라며 아폴로 11호 작전을 통솔, 지시하는데 코미디가 극대화되더라고요 ㅎㅎ. 인물들 하나하나가 유쾌하고 재밌습니다. 켈리의 조수, 동료인 감독 그리고 콜의 동료들까지도 모두 잘 어우러져 시너지를 냈습니다. 작가는 각자 한 명씩 재밌는 라인을 주려고 했던 것 같네요.
<아쉬웠던 점>
아폴로 11호 미션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달 탐사 착륙에 대해서 어느 나라가 시도했고, 또 닐 암스트롱의 명언까지 거의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부 설명을 열심히 해주어 관객들이 몰입하게 한 것은 좋았으나 자연스레 후반부 내용을 예측할 수 있으니 이야기의 초반과 후반을 나누었을 때, 그 몰입감은 상당한 차이를 주었습니다.
중반부를 넘어 아폴로 11호의 발사의 순간이 오면, 이때부터 영화 플레이 타임이 지루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은 결국 달 착륙에 성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샌가 우리는 우주선 발사부터 달에 착륙할 때까지의 시간을 지루한 기다림으로 느끼게 됩니다. 우주선이 날아가면서 변수는 계속 발생하나 이미 우주선이 발사된 시점부터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거든요. 물론 실제 달 착륙 영상과 페이크 영상과의 야바위 그리고 환장의 검은 고양이 변수는 있었으나 더 이상 위기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총평>
영화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에 코미디와 로맨스를 더하고 플롯을 비꼬아 정말 그럴듯한 음모론을 만들었습니다. 혹자는 주인공들의 옷차림과 성격을 놓고 여러 해석을 내놓았으나 그런 의미를 하나하나 부여하며 보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다음 영화를 선정할 때는 애플 TV와 제작에 참여한 스칼렛 요한슨에 상당한 신뢰성이 생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