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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죰 Oct 25. 2019

스웨덴 테크 회사, 드디어 취업했습니다

스웨덴 핀테크 회사 마케터로 취업하기 성공

드디어 이뤄냈다. 

나는 2016년 첫 스웨덴 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틔워내 2019년 2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스웨덴에 입국했다. 그리고 수십 개의 원서 탈락과 몇 개의 인터뷰 고배 끝에, 스웨덴에서의 여타 경험 없이 오로지 한국에서의 학위와,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한국에서의 경력 만으로 스웨덴 테크 회사에 입사했다. 취업은 시작인데 뭐 그리 호들갑 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이지 오랜 시간 꿈꿔온 일을 주변의 반대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이뤄낸 인생에 몇 안 되는 감동적인 순간이라서. 시작이지만 잠깐 호들갑 좀 떨겠다.


사실 현재 직장에 다닌지는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 되었다. 입사 첫날에 쓰면 더 신선하고 좋았을까 싶지만 회사와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나서야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 나고 말았다.


입사 발표 감격의 순간

휴가 기간 동안 완전히 멈춰버리는 스웨덴의 여름 때문에, 두 번째 면접 이후로 스웨덴 회사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독일 함부르크에 소재한 모빌리티 회사에서 마케터로 이미 최종면접 후 오퍼를 받은 상태였다. 금요일에 오퍼를 받았으므로 일주일 안에는 확답을 주기로 약속한 터라 스웨덴 회사에서 연락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되는 날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전 11시 45분이 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에 나는 우울한 기분을 그대로 안고 서울에서 온 친구와 바깥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순서대로 1차, 2차, 3차 최종 면접에 사용한 게스트 카드. 첫 사진은 각도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어이없는 구도로 사진이 찍혀버렸다.


이메일 알림이 온 순간, 미리 보기로 "Thank you so much for going through..."로 시작하는 글을 빠르게 읽었다. 우리 회사에 지원해준 것이 고맙다는 전형적인 거절 인사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으나...이내 뒷부분은 "I am very happy to offer you the job in iZettle"로 마무리되었고 나는 외마디 비명을 꽥 질렀던 것 같다. 조용조용한 사람들의 나라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와 얼싸안고 계속 비명을 질러댔던 것 같다. 드디어 긴 워홀과 준비 기간 끝에 이 나라에 내 자리 하나 정도 마련되어있다는 사실이, 그것도 스웨덴에서 누구나 알만한 유망한 테크 기업이라는 사실이 정말이지 믿지 못할 만큼 행복했다.



합격 메일을 받고 몇 시간 동안 밖에서, 나를 기다려준 고마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와 메시지로 기쁨을 전달했다. 세 시간이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내게 오퍼 메일을 보낸 그 head였다. 이메일을 못 봤을 것 같아서 다시 전화로 확인을 하려고 했단다. "네가 우리 팀에 오게 되어서 기쁘고, 너와 같은 인재가 우리 회사와 팀을 선택해준 것이 축복이고 고맙다"라고 말했다. 살면서, 내가 임직원으로서 회사를 선택해주어 고맙다는 말도 듣게 되는구나. 


#매일매일이 비정상회담 같은 Digital 팀


면접 때 받았던 특이한 질문이 있었다. Multiculturalism이 너에게 어떻게 와 닿는 의미냐고 다시 물었다.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어쩌면 자라온 문화에 익숙하기만 한 나 자신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어서 좋다고 했다. 면접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끄덕였다. 내 면접을 본 아이제틀의 6명의 인물 모두가 다 다른 국적이었다. 첫 면접은 콜롬비아와 네덜란드 출신, 두 번째 면접은 스웨덴과 영국 출신, 마지막 면접은 그리스인과 터키 국적. 면접에서 보여줬던 문화적 다양성은 실제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더 와 닿았다. 


디지털 팀(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팀이다)에는 총인원이 29명이 있는데, 그중 4명만이 스웨덴 인이고 모두 다른 국가에서 왔다. 내 매니저는 콜롬비아 인, 팀 head는 터키인, 옆자리 동료는 헝가리, 싱가포르, 베트남, 네덜란드, 스웨덴 등 정말 모두가 각기 다른 국가에서 왔다. 매일매일이 비정상회담의 한 조각을 보는 것처럼, 같은 주제에 대해 자신의 문화권에서 해석하는 방식을 토론하고 즐기고,  우리 모두 다른 문화를 재밌어하고 존중한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 회사에 비교해 어떤 점이 새롭게 와 닿았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내가 입사한 기업은 iZettle (한국어로 아이제틀, 스웨덴 식으로는 이-제틀이라고 읽기도 하지만 영문식 아이제틀이 맞는 표현이다)으로 2010년 스웨덴에서 생겨난 핀테크 기업이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임직원 900명(런던, 멕시코, 에든버러, 파리, 암스테르담 오피스를 포함)으로 성장하였고 2018년엔 페이팔에 2조 2천억 원으로 유럽 테크 기업 사상 역대 최고 금액으로 인수되었다. 본사는 스톡홀름에 소재하고 있다. https://www.izettle.com/gb/abou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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