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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공간 Sep 16. 2023

EP. 02 속앓이

불안과 걱정 속에서 꺼내달라고 몸부림치는 나.

2023년 3월 27일 일기

나를 보면 다들 멋있대 공부도 잘하고 취업도 했고

이제 걱정 없는 삶이라는 데 나는 이게 맞나 계속 의구심이 드네.

난 4년 동안 하고 싶지 않은 걸 꾸역꾸역 하면서 달려왔어.

하지만 사람들에게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고 단지 회피하는 얘로 보이기 싫었어. 

자퇴 휴학 생각을 계속했고. 또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학과 공부에 매진했지. 


나의 첫 번째 도망가기 실패였어


4학년에 올라갈 때 취업준비를 했었는데 서울성모병원 면접을 가기 싫었고 정말 간호의 길을 가기 싫었어. 제주도로 런했고 다시는 취업도 안 하고 그냥 졸업만 하자 이 생각이었어. 막상 친구들은 취업을 하고 무언가 불안한 거야. 교수님, 동기, 선배 등 나에게 주는 기대감은 부담이었고. 내 학점과 토익이 아깝다는 말을 계속 들어서 다시 대학병원에 원서를 내었어.


나의 두 번째 도망가기 실패였지?


그렇지? 나 용기 정말 없는 것 같아. 대학병원 안 들어가도 되거든?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정성과 미래를 위해 이 일을 하면 괜찮겠지만 계속 나 자신을 속이며 삶을 살아간다는 게 참 의미가 있을까?


서울에 올라와 사는 건 나에게 자그마한 탈출이었어. 


몰래 무언갈 할 수 있잖아 거짓말을 하겠지만.  

본가에 있으면 병원을 정말 꾸역꾸역 다니고 

평생 병원 생활만 할 것 같아서.


나는 내 성향을 잘 알아. 


조용한 곳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옹기종기 이 공간에 오면 행복한 웃음이 있는 그런 걸 만들고 싶어.

그 소잿거리가 무엇이든 간에. 

그냥 요새 되돌이표야.


좋은 뜻은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는 것이고

나쁜 뜻은 회피로 다른 출구를 찾는 것이잖아.


세상과 타협을 해야 하는지 

누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난 다른 또래보다 다양한 사람들, 새로운 길을 걷는 사람들,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사실 주변 친구들과 대화하면 잘 안 통해서 저번에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야?


음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23년도의 나는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다른 이들처럼 구름 흘러가듯 살고 싶지 않아.

  나의 첫 속앓이에 대한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처음 올려보았다. 나는 친구들에게도 내 힘든 이야기와 고민거리를 꺼내지 않는다. 혼자 끙끙 앓는 성격이다. 말하면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편협한 사고였던 걸까? 이 당시 2~3월은 서울로 올라와 또 혼란스러운 나를 마주한 시기이다. 또, 불안과 걱정에 나를 가둬두었구나. 나의 우울이 다시 도졌구나. 두 달 동안 울지 않는 날을 손꼽는 게 더 빨랐다. 부정적인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되돌이표 같은 불안과 걱정은 나 자신을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었고 자존감은 낭떠러지까지 떨어졌다. 무튼 어떤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이 일기를 바로 블로그에 썼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과 주변인들에게 답장이 올까 무서워 핸드폰을 방해금지모드로 바꾸기도 했다. 바보 같았다. 


 울다가 지쳐 잠에 들었고 다음 날이 되었다. 핸드폰 알림을 보았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고마운 몇몇 분들이. 블로그 이웃을 맺은 기간이 일주일 채 밖에 안 됐는데도 장문의 편지를 보내 준 여동생 지O, 항상 내가 성공할 라고 믿어주는 호O님, 맛있는 거 먹으라고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주며 따뜻한 말을 해준 제주도에서 만난 오라버니, 힘든 줄 몰라서 미안하다며 아낌없는 사랑을 준 친구들까지. 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은 참 많았는데 내가 나를 믿지 못했구나. 나의 중심이 흔들리니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었네. 


"점점 사라졌던 나를 다시 찾자, 그리고 그냥 하자"라는 생각이 일 깨우치며 도전에 대한 무서움을 점점 내려놓기 시작했다. 돈을 천천히 벌면 어때? 원하는 길을 찾을 때까지 천천히 돌아가면 어때? 불안과 걱정을 느낄 바에 그냥 저지르자. 그랬다. 


약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혼자 다녀보고 경험해 보고 나를 탐색하자고. 좋아하는 거 하나쯔음은 알겠지. 돈이 부족하면 아르바이트하면 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배워보자. 안 맞으면 그냥 두면 되고. 일단 세상과 맞서는 용기를 가지 가고. 나 자신에게 주문을 새겼다. 단순해져 보자고.


#자기계발 #걱정 #고민 #우울 #극복 #탐색 #에세이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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