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6
아파트 화단에
그 나무 곁을 매번
지나갔으면서도 몰랐다
그 나무가
명자나무라는 걸
새순인지 모를
그 동그란 것을 보고도
미처 몰랐다
그녀가 명자라는 걸
여자라면
화려하든 수수하든
꽃이 피고 열매 맺는다는
생각도 잠시
망울도
열매도 아닌
그 동그랗게 달린 것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게
신기한 듯
봄이면 향기로 만날
아가씨나무
그녀의 이름을 알고는 괜스레
다시 그녀를 기다리는 것처럼
늘 만났던 것을
다시금 그립다는 듯이
기다리는 일이
나이가 들어가며
새로 들어버린 습관이다
누가 내 그렇고 그런 인생도
반갑게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을까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