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갔었다
회색이 시나브로 지는 겨울 하오
산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섬처럼 둥실 떠있었지
잔설을 비껴 오르던 중
나는 떠올렸네
자줏빛으로 멍울진
그녀의 표정 없는 목소리를
길은 걸어가면 사라지고
사라질 때 길은 다시 열린다는데
아닌 길을 간 사랑은 조금도
돌아오지 않았다
매봉 가는 길
아득한 풍경 사이로
산새 한 마리 눈 밟는 소리 들렸고
이월은 깃을 털고 있었지
기억이 먹물처럼 번져 가던
지난주 청계산은
잿빛에 스러지고 있었고
그리움은 잔가지처럼 툭, 부러졌네
회색빛 기억, 2024, Mixed media, 300mmX34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