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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기 Sep 05. 2024

삼수만에 브런치 합격한 썰 푼다 (1)

브런치 작가, 너도 될 수 있어!

내 이 글을 쓸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드디어 나도 브런치 합격 수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된 이후부터 나의 작은(아니, 원대한) 목표는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여타 다른 블로그와는 다르게 편집팀의 승인을 받아야 글 작성을 시작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의 특성은, '여기 합격하면 그래도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는 것 아닐까?ㅎ' 하는 묘한 우월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나 정도의 글 실력으로 떨어질 리가 없지'가 처음 글을 쓸 때 했던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오만이었지만 말이다. 세상에 얼마나 날고 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정도의 글 실력이 없을 리가. 그리고 하루에 몇백 편의 글을 봐야 하는 브런치 편집팀이 이런 맹탕한 마음가짐으로 쓴 글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첫 신청에서 고배를 마셨을 땐 '그래, 그럴 수 있지. 너무 대충 신청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신청에서도 떨어졌을 땐, '아니, 이게 뭐라고 날 이렇게 괴롭혀?' 싶었다. 세 번째에도 떨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오기 반, 설마 하니 세 번째 도전에도 실패한다면 내가 글 실력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 반인 마음으로 도전했던 삼수였다.


그래도 삼수를 준비하면서는 최대한 많은 후기를 찾아보며, '이번만큼은 절대!'라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한 터였다. 구글 검색창에 얼마나 수도 없이 '브런치 합격 팁', '브런치 작가 되는 법' 따위의 키워드를 입력했던가.


그렇게 해서 모은 정보의 진액과, 2번 탈락하고 삼수 끝에 합격한 브런치 초보 작가의 생생한 경험을 이 글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려면 이 내용부터 준비해야 한다

1. 작가 소개 (300자 이내)
- 작가님이 궁금해요.
- 작가님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브런치에서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기대할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2. 브런치 활동 계획 (300자 이내)
-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 브런치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글의 주제나 소재, 대략의 목차를 알려주세요.

3. 자료 첨부 (3편)
- 내 서랍 속에 저장! 이제 꺼내주세요
-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둔 글 혹은 외부에 작성한 게시글 주소를 첨부해 주세요. 선정 검토 시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4. 마지막 단계!
- 활동 중인 SNS나 홈페이지가 있으신가요?
- 작가님의 주 활동 분야나 직업, 관심사 등을 잘 알 수 있는 주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가 신청'이라는 버튼을 클릭하고 펼쳐진 "자, 네가 무슨 글을 쓸지 보여줘"라는 질문에, 나는 망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정말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300자? 취업용 자소서의 악몽이 떠오른다(그나마 300자라서 다행이지만).


브런치 활동 계획? 극강의 P인 나에게는 너무나 풀기 어려운 난제다.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쓸 건지를 구구절절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글감은 다 내 머릿속에 있을 뿐인데.


자료 첨부? 브런치에 저장해 놓은 글을 첨부하란다. 젠장, 하나도 써놓지 않았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과 끝도 없는 귀차니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결국 귀차니즘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 대충 써!' 그래서 첫 번째 신청 때는 그냥 이전에 써왔던 글 몇 개를 긁어다가 대충 날림으로 붙여 넣었던 기억이 난다. '뭐, 대충 글만 있으면 승인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처음 브런치에 가입한 건 22년 7월이었고, 처음 작가 신청을 한 건 가입하고도 한참 뒤인 23년 2월 28일이었다. 이 긴 기간만 봐도 절대 부지런한 신청이었다고는 할 수가 없다.



첫 번째 탈락

첫 번째 신청을 할 땐 이렇게 적었던 것 같다. (예전이라 기억이 안 나니 대충 쓴 건 양해해 주시길)

1. 작가 소개
대학생 때부터 상담을 받았으며.. 불안과 우울, 공황 증상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상담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담을 받을 예정입니다. 

2. 브런치 활동 계획
제가 상담받았던 내용을 글로 쓰고 싶어요. 상담선생님이 해주신 말과 제가 깨달은 것들.. (이하생략)

당신을 소개하시오(300자)라는 질문을 받으니 머리가 새하얘져서, 그냥 되는대로 써본 자기소개였다. 의식의 흐름대로 줄줄, 대충 난 이런 사람이고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체계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자기소개였던 것 같다.


자료로는 다음 2개의 글을 첨부했다.


- 내 마음속에 심리상담소 만들기 (원제: 콩순이 심리상담소)

  : 이 글은 브런치에 발행했다. https://brunch.co.kr/@wintering/33


- 예전에 써두었던 일기 하나

  :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라서 브런치에 발행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일기여서, 내 감정의 흐름과 혼연일체 된 줄글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래서 탈락한 것 같다. 주제도 없고 정리되지도 않은 내용이었으니까.


이틀여 시간이 흐른 후. 브런치 팀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메일 제목을 읽고 가슴이 뛰었다.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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