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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맘 그레이스 Jan 03. 2023

부모가 되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

영화 이야기 'The Child(2005)'

칸 영화제의 총아, 벨기에 출신 다르덴 형제의 2005년 작.

이 형제는 주로 사회문제나 사회적 이슈, 인류보편의 윤리적 문제를 

관찰자적 다큐형식으로 화면에 담아낸다. 

로제타(1999), 자전거 탄 소년(2011), 소년 아메드(2019).. 등이 대표작.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기교 없이 담백한 영상으로 

영화 속 인물과 테마에 몰입감을 더해준다.

미장센에 빛나는 작품들이 넘쳐나는 요즘 

리얼리티 기록물 같은 이 영화는

‘날것 그대로’의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주의력 분산을 막아 집중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듯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남다름은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없다는 것.

인물들의 대사와 무심한 차소리가 음향의 전부라니!

테마에 대한 가치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20살 브뤼노와 18세 소냐.

소냐의 연금과 브뤼노의 도둑질로 연명하듯 살아가는 

철없는 연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모성애가 엿보이는 소냐와 다르게 브뤼노는 

불법적 루트로 아기를 팔아넘기는데…

이에 대한 소냐의 강한 저항으로 다시 아기를 되찾아 오지만 

둘 사이의 불신과 갈등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폭력배들과 얽히게 된 브뤼노는 

날치기를 하던 중에 경찰에 발각, 결국 자수를 통해 수감된다.  

여러모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돼서

‘부모가 되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 브뤼노와 소냐.

이들은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으로 고군분투하며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일단, 미화되지 않은 10대의 사랑이 다소 불편했다. 

불편한 사회적 진실 앞에 서는 일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닌 듯.

또래의 자녀를 둔 입장에서 무시, 외면만이 능사가 아닌 터라 

더 불편 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10대들의 사랑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10대의 호기심, 욕정, 욕망 그 이상의 ‘무엇(책임, 윤리…)’이 더해졌을 때

이른바 ‘사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꼰대스러운 생각들이 오간다.


아기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시선을 주지 못하는 브뤼노는 

문제의 실체(결과물=아기)를 외면, 문제를 난경으로 몰고 간다.

성숙한 인간이라도 문제의 실체를 직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미성숙하다면… ㅠㅠ

‘10대 부모’에 대한 원가족 그리고 사회의 책임과 역할은 무엇일까?

사회제도나 시스템이 저들에게 희망(구원)이 될 수 있을까? 예: 입양시스템…

시스템은 누가(무엇)가 우선시되는가? 국가 or 개인??

국가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개인은 그저 소모되고 소외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개인’을 위해 사회는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가정과 학교, 혹은 사회시스템 밖의 아이들의 현실적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합법적 노동을 멸시하고 도둑질, 날치기로 연명하며 

자신의 아기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아기를 팔아 넘기기까지 한 브뤼노는 악당, 악마가 아닌 

그저 이탈자, 사회부적응아로 갈등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성장 중’에 있는 하나의 개인일 뿐이다.

사회가 이탈자,  사회부적응자, 사회적 약자(미혼모.. 등)를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정도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밝고 어두움, 정상과 비정상, 적응과 부적응, 성공과 실패…

기득권의 입장에서 이분법의 논리로 쉽고 빠르게 

재단하고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경계에 선 사람들’.

누구도 온전하지 못하다. ‘갈등하는 인간’ 일뿐이다. 

자신이 윤리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완전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면 모를까..

저들이 때로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멀리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더라도 

저들이 혐오나 무관심, 따돌림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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