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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규 Jan 04. 2023

누구와도 다른 아내에 대한 시선(만족스러운)

3탄

 내 생일날, 아내가 예약해둔 원테이블에서 나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내가 여자라면 좋았을 만한 상황이 실제 일어났다.


옆에 영상이 나타나더니 '혹 이게 뭐지?' 하면서 당황하기도 하고 즐거웠다. 그동안 이탈리아, 영국, 미국, 헝가리, 슬로베니아를 다니면서 우리가 잘 지내왔던 모습들이 사진으로 연결되면서 결혼하자는 영상이었다. 3년 넘게 만나 '지난 국내,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결혼 비용은 어떻게 하지.' 또 돈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지금(2022년)까지 살면서 안 해도 되는 걱정이었다. 주변에서 먼저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하면 “너의 행동이 얼마나 별로이면 아내가 그렇게까지 하나?”였다. 이 전에 결혼할 생각이 있냐며 물어보던 질문에 “응 하고는 싶지”의 한 마디로 답했고, 실제로 먼저 프러포즈받을 줄은 몰랐다. 먼저 프러포즈받는 쓰레기로 남고 싶지 않았고(쓰레기라는 단어로 불리니 나도 모르게 예민하다.), 나도 답 프러포즈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혼 전에 캐주얼 사진 찍으러 가자던 아내의 말에, 이 날이 그러면 내가 하는 프러포즈의 날이라 정했다. 계속 같이 있어서 그런지 날 고르는 것도 어렵다. 꽃은 실제 결혼할 때 쓰는 자냐 장미로 만든 부케로 예약을 하였고(보통과 다르게 해주고 싶었음, 남 다른 날이니.), 월트 디즈니를 좋아하던 그녀에게 곰돌이 푸 피규어, 티파니에서 산 다이아몬드 박히지 않은 디자인성 반지(아내 취향)까지 구입하였고, 내 힘으로 만든 사진 영상과 음악을 준비했다. 아내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뒷 트렁크에서 이거 저거 꺼내 놓은 척하며, 카톡 영상을 보라는 톡에 아무 대답이 없는 아내. 뒷 차는 클랙슨이 울리면서 주변에 피해가 가서 얼른 꺼내서 ‘에라 모르겠다.’의 마음으로 전달했다.

상황이 좀 급박하긴 했다. 8차선 도로에 클락션이면. 아내의 좋아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어설픈 프러포즈였다. 준비는 철저해 보였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합이 잘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게 봐준 아내, 반지는 사진만 찍고 환불하자고 그런다. “응? 환불? 이거 다이아몬드도 안 박히고 디자인이 괜찮은 반지인데?”의 한 마디에, “이거 가격도 비싸고 이거 환불해서 우리 반지 맞추자.”의 결론으로 백화점으로 가서 환불을 하였다. 남편이 이 정도 준비했으니 이거 기념으로 사진 한 번 찍고 그 반지는 영영 안녕을 하였다. 뭔가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지만 가성비를 원하는 아내였다. 그 가격으로 둘이 결혼할 때 사용할 반지로 다시 구입하였다. 내 아내는 프러포즈링보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더 추구하였고, 나의 마음은 다 받았다며 우리는 알차게 돈을 아끼는 결혼 계획이 시작되었다.




 계획적인 아내는 이제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 세상 다양한 항목이 많았던 결혼 준비에서 빼야 할 건 빼고, 할 수 있는 부분들 위주로 꾸려 나갔다. 보통 아내로서 원하는 항목들이 아닌 경우로 말이다. 스드메라는 항목에 묶여 있는 것들 중에 스튜디오 사진을 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야외 촬영하기(소품까지 후기 좋았던 업체에 부탁하면서 하나 둘 찾았고, 가장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음), 드레스랑 메이크업도 유명하지는 않아도 후기 보고 고르기, 웨딩 플래너가 하라는 방식이 아닌 방향으로 갔다. 그럼 왜 웨딩 플래너는 했냐 하는 말에는 드레스는 "일단 플래너가 같이 와서 이성적으로 봐주는 게 필요했던 것이다."라고 답을 한다. 단지 박수가 아닌 실제 결혼식장에서 어떤 모습이 잘 어울릴지에 대한 이성적인 표현이 아내는 필요했다. 결혼식장에서 아내는 ‘내가 이 드레스가 결혼식장에서 객관적으로 어울리냐?'라는 말이 제일 중요했다. 내가 메모 파일에 그림도 그리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골랐다. 결혼식에서는 아내의 의견 따라 사회자는 나의 아나운서 같은 여성친구가 하였고, 부케는 아내의 여성 친구가 아닌 남성 친구가 부케를 받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왜 바뀌었냐?’의 하객들의 대답이 제일 많았고, 와이프는 자기만의 결혼식을 만들어갔다.

 

 돈 걱정이 많았던 나에게 집 대출을 했으면 그만큼 비용을 내면 됐고,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 용돈 드려도 되고, 비용이 부족하면 아내가 그만큼 월급에서 받은 만큼 주는 거였다. 자기 상황에 비추어서 왜 그래야 하는 친구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남들에게서 파혼까지 가는 결말을 보았는데 말이다. 결국 행동을 하면 생각이 많을 필요가 없었고, 내 생각만큼 그렇게 안 좋은 미래로 가고 있지 않았다. 전세로 살고 싶었던 나에게, 돈을 더 대출받아 집을 구입하자는 말도 모든 주장의 대부분은 아내의 생각과 행동이었다. 그에 따라 행동하면 결과는 좋았다. 내가 집 값이 올랐다고 설명을 하면 “자기 팔자다. 내 팔자는 원래 그래”라고 쿨하게 이야기하면서 넘어가는 성격이었다. 이러한 설명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설명을 하면 전부 보통 여자친구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보통 결혼할 때 듣는 이야기란 “넌 결혼 선물로 무슨 백을 받아? 무슨 반지 받아? 다이아몬드가 있어?” 인스타에 올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난 아직도 내 에세이를 보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주위에는 이런 아내가 없지만, 정말 없냐며 마지막 질문을 하고 싶다.

1탄에 와이프가 댓글을 달았다. 각자의 기억은 주관적인 문장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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