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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어리 Mar 13. 2024

올해만 두 번째 절주 결심

절주일기 #1

벌써 몇 번째 절주 시도인지 모르겠다. 내 나이가 올해로 서른인데 스무 살이 된 이후로 계속 술을 먹은 것 같다. 와중에 취하는 건 싫어한다. 소주같이 도수가 높은 술도 못 먹는다. 탄산 가득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면 가슴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맥주만 먹는다. 보통 하루에 1500ml. 캔으로 3캔이다. 많으면 4캔을 먹을 때도 있지만 그러고 나면 취기가 올라 후회한다. 절주를 결심한 지금도 하루 서너 캔의 맥주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친구가 잔소리하고, PT쌤이 잔소리하고, 뱃살이 늘어가니 맥주를 좀 줄어야 하나 싶을 뿐이다. 하루에 3-4캔이면 보통 한 달에 100캔 가까이 된다. 그 얘기를 했더니 눈이 땡그래져서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던 낯선 사람의 눈빛도 상처였다.


미디어에서도 가끔하는 과음보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술이 더 위험하다는 소리를 한다. 유튜브에는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는 컨텐츠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왜 대한민국은 이렇게 술에 대해 관대하냐'고 비판하는 댓글도 늘고 있다. 술이 욕을 먹으니 내가 욕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가장 최근의 절주시도는 작년 12월 26일부터였다. 그때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니 자연스레 식단을 챙기게 됐고, 겸사겸사 절주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술은 2번만 먹기로 결심했다.



3-4주 정도 열심히 지켰으나 정신을 차리니 결심은 어느샌가 자연스레 흐려져있었다. 2월에 들어서는 거의 매일 맥주를 마셨다.


어제는 1.5L짜리 피쳐 켈리를 먹었다. 켈리는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맥주인데 탄산이 아주 세지 않아서 좋다. 엄마랑 이모랑 셋이 저녁을 저녁을 먹었는데 만두가 맛있다며 이모가 가져가서 먹으라고 포장해 주셨다. 어른이 주시는 걸 거절하는 것은 또 예의가 아니니 감사한 마음으로 집에 가져왔다. 방금 포장한 만두와 마침 냉장고에 있던 맥주. 참을 수 없었다.


그제는 낮술을 했다. 낮부터 여자 배구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사는 친구와 내가 응원한 팀은 냉정하게 말해 약체였고, 상대팀은 우승 후보였다. 결과를 예상했기에 맨정신으로 볼 수는 없었다. 오후 1시 50분. 맥주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슬프게도 예상은 적중했다. 낮술은 유독 몸에 안 받아서 결국 자기 전에 속이 울렁였다.


내일도 또 술약속이 있다. 내일이 PT 마지막날이다. PT를 받는 동안 맥주를 딱히 참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긴했다. 내일은 눈치보지않고 먹을 수 있는 맥주를 기념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양심껏 좀 참아보기로 했다. 지금이 오후 8시 반인데 저녁 먹을 때부터 이미 맥주를 먹고 싶었다. 항상 저녁 먹을 때가 고비다. 파블로프의 개가 따로 없다. 맥주를 참으려고 탄산수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맥주 얘기를 계속하는 게 과연 절주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맥주 얘기를 계속하니 더 먹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글을 쓰다 보니 좀 진정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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