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노을 May 10. 2024

약봉투를 들고 전력질주를

교문 앞에서 아이에게 약먹이는 엄마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이었던 ADHD약을
등교시간에 교문에서 먹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이가 ADHD의심증상이 있을 때부터 우리 가족은 ADHD의 'A'자도 입 밖으로 내는 것을 꺼려했다. 왠지 입 밖으로 내뱉으면 의심은 현실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ADHD 진단을 받고 나서도 우리 가족 누구도 그 단어를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남편과 나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금기어처럼 취급됐다. 아이한테는 뇌가 좋아지는 비타민이라 표현을 하면서 비타민 먹자~ 라고 이야기 했다. 아이가 약 봉투에 쓰인 약 이름들을 볼 수 없도록 약 봉투를 감추며 비밀스럽게 아침마다 내 손으로 아이의 입에 ADHD 약 먹이는 의식이 치러지곤 했다.


아이에게 약을 까먹고 못 먹인 날은 2~3번 정도로 손에 꼽는다. 그것도 모두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 그런 적은 절대 없다. 주말에 2~3번 정도 잊고 제시간에 못 먹이고 2~3시간이 흐른 뒤 점심이 되기 전 알아차리고 먹인 정도다.


이젠 아이도 나도 아침에 약을 먹이고 먹는데 익숙해져서 아이의 아침밥 옆에 약봉투를 놓아 둘 정도로 약간의 마음이 여유가 생겼다. 밤에 먹는 약은 아닌지. 날짜까지 확인하고 아침이라고 쓰여있는 약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아이한테 챙겨 먹는 훈련을 시킨다. 분명 가까운 미래에는 아이 스스로 챙겨서 먹어야 될 나이가 오고 있음을 알고있다.  그래서 더 더욱 루틴처럼 약을 챙겨 먹게 하려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한다.



그래도 자주 돌아서면 까먹고 잊어버리는 아이옆에 서서 서서 잘 챙겨 먹나 확인하면서 2년 정도 훈련을했지만 드뎌 오늘 일이 터졌다. 아이 학교에 봉사할 일이 있어서 나도 바쁘게 학교 갈 준비를 하느라 아이에게 약을 꺼내주고 먹었는지 말로만 확인을 했다. 무려 두 번이나 했고 아이도 먹었다고 대답하고 아이는 학교에 갔다. 20분 후쯤 물 한잔을 마시고 나도 학교로 출발하려고 할 때 나는 나의 눈을 의심했다. 아이에게 준 약 봉투가 그대로 식탁 위에 남아있었다. 핸드폰도 없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방법은 내가 학교로 약을 들고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9시 수업 전에 아이에게 이 약을 먹여야 된다는 생각하나로 약봉투를 들고 전력질주를 했다. 1교시 시작던 15분 교문으로 뛰어가면서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 선생님 안녕하세요! 모모엄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모모가 깜빡하고 비타민을 먹지 않고 등교해서 제가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를 교문으로 오늘 싸간 물통을 들고 내려올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


학기 초 모모의 담임과 상담을 하면서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역을 복용한다는 말을 했고 상담을 한 덕분에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다. 몇 분 후 물통을 들고 아들이 교문으로 나왔다. 여전히 등교하는 아이들도 학교 관계자들도, 아이들의 등교 지도를 돕기 위해 분주했지만 나는 아이에게 약을 꺼내서 입속에 넣어주었다. 9시가 되기 전에 먹여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은 물론 어느새 아이와 나의 일상에서 ADHD 약을 먹이는 것은 일상이고 또 그것을 집이 아닌 밖에서 그것도 학교 앞에서 당당히 먹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 10년 묶은 채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우리만 쳐다보면 어떻게 하지? 이 약을 누군가 알아버리면 어떻게 하지? 혼자 상상하고 생각했던 재앙 된 사고 속에 일들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우릴 신경 쓰지 않았으며 아이도 나도 침착하게 우리가 할 일을 했고 그렇게 하루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무조건 감추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었다. 아이에게도 그런 당당한 엄마 모습에 그 약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줄어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남을 위해 약을 먹이는 것이 아닌 내 아이를 위해 약을 먹이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에게 약을 먹이면서 죄책감을 가질 많은 엄마들께 힘이 되고자 이글을 썼다.









이미지 출처:unsplash.com


                     

매거진의 이전글 ADHD 아이는 늘 궁금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