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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솔매
Nov 13. 2024
실조
시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강한 이들은
먼저 사랑을 주는 법이 없더라
자꾸 불행을 겨루려고 하더라 지친 나와
내가 불행에 대한 존경을 바치지 않으면
우리의 대화는 피곤해졌고
나는 당신에 대한 애틋한 미움을 담은 메타포를
나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의미심장을 허공에 띄우며
이런 시를 쓰면 누군가는 내가 아주 불행한 연애를 한 줄 알 거야
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무관심을 믿기에
허공에 띄운 말의 연실을 되감는 몸짓을 삼간다 어딘가 구차하니까
당신에 대한 꽃가루 같은 허위들을 살포하며 거짓의 시를 짓는다는
말로 당신의 공허한 명예를 슬쩍 추켜세우는 내게
당신은 살며시 다가와 잠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잠을 자면 내면의 분노가 가라앉을 거라고
그렇다고 내가 어젯밤 꿈 속에서 보았던 백조가 눈앞에 나타난다니?
휘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던 백조
암컷도 잃고 새끼도 잃은 백조라길래 유심히 들여다보았는데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에서 나는 알 수 있었지
잃은 게 아니라 떠난 거라고
백조도 지옥에 가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더러운 날파리 휘날리는 이승보다 우아한 백조가 헤엄치는 호수가 있는
지옥에 갈까
당신은 또 살며시 다가와 내게 잠이 부족해서 문장이 휘어지고 있다고
잠을 자면 다시 사랑할 마음이 생길 거라고.
살아갈 마음이 아니라 사랑할 마음?
너무 꼴 보기 싫은 언어 유희
사랑할 마음이 있으면 무엇하리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데
나도 그 백조처럼 혼자라서 외롭지 않은 종족이
되고 싶었다
외롭자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는 말을 집어치우고
혼자라서 외롭지 않은 새로운 나를 맞이하고 싶단 거였다
지옥을 산보하자는 게 아니었다
단지
꽃이 진다는 거였다
하염없이
내가 당신에게 맥없이 지고 있는 여기에
Photo: 'johnNaturePhoto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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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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