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인디언 서머를 읽고
오 헨리의 인디언 서머
오 헨리 지음, 이소희 옮김
북도슨트 펴냄
⚡인디언 서머란?
초가을이 지난 뒤, 갑자기 다시 찾아오는 따뜻한 시기.
여름이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잠시 다시 여름의 기운이 돌아오는 듯한 때.
겨울이 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주어진 따뜻한 기회
⚡인생에 비유하자면?
인생에 늦게 찾아온 따뜻함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열정이 다시 솟아오르는 때
꺼진 줄 알았던 마음이 화라락 살아나는 때
⚡서른다섯 드라이 밸리 존슨에게 찾아온 열아홉 살 판치타 오브라이언
열여섯 차이라니!!
늦게 찾아온 사랑 이야기인가 하고 시작했다가 열아홉의 판치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심한 거부감을 느꼈더랬다. 은교나 로리타가 떠올랐고 나이 든 남자가 어린 여자에게 품는 성적 환상 따위라면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판치타의 등장이 도발적인 게 아니라 조금은 되바라지게 보여서 조금 더 읽어야지 하다가 끝까지 읽었다. (분량이 아주 짧다. 36쪽으로 끝!) 나도 나이가 들어 그런가 왠지 열아홉 판치타가 밸리에게 보이는 모습이 이제 막 성인기를 앞둔 여자애가 자신의 매력을 시험해 보는 듯 보여서 귀엽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에 홀까닥 넘어간 밸리. 이런 이런...
암컷에게 구애하느라 깃털을 크게 펼치고 덩치를 한껏 부풀리는 수컷 극락조마냥 공들여 치장하고 청혼하는 밸리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아직은 어른이 아닌 판치타의 모습이나
나잇값도 못하고 있었단 걸 느끼는 밸리의 모습이나
현실적이어서 공감도 가고
어리다고, 늙었다고 사랑을 모르겠나 싶기도 했다.
마지막은 살풋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굳이 상상해 보고 싶진 않다^^:
동백꽃에서 감자를 내밀며 "느 집엔 이런 거 없지?" 하며 서툴게 들이대고
"뉘한테 말하지 마라"며 알싸한 꽃밭에 폭 자빠뜨리던 점순이가 좀 더 매력 터지는 듯.
아, 나이와 점순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 동백꽃을 배울 땐 기분 나빠하는 아이들이 꽤 있단다.
성별을 바꿔 생각해 보라고, 남자애가 여자애를 그런 식으로 길들이고 그렇게 대하는 내용이었으면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았겠느냐고 말이다.
인디언 서머에서 나이가 걸리는 것도
이 소설이 쓰인 때와 지금의 차이가 커서 그런 탓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지금 인생의 늦가을에 불쑥 찾아온 따스한 햇살 속에 잠겨 있었다. (중략) 말라가는 잎처럼 시들어가던 삶에 판치타 오브라이언의 오만한 눈빛이 스치자, 늦가을 풍경은 기만적인 여름의 열기로 불타올랐다. p.23
+ "마지막 잎새"를 쓴 오 헨리가 쓴 소설임. 오 헨리가 필명이라는 것도, 복역 중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