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남긴 365일을 읽고
365일… 그 중 어느 하루
누군가에겐 마지막 날일 수도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날일 수도
누군가에겐 기억에도 남지 않을 그냥 그런 하루였을 수도 있다.
가을비가 내리던 어느날 소꿉친구 이즈미 가에데가 죽었다.
불과 2주전 웃는 낯을 마주했었는데...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남자친구에게 차인 걸 들켰을 때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내고 웃던 가에데가 떠났다.
아, 죽었구나.
오지랖 넓게 늘 내 걱정을 해주던 친구가 이제 곁에 없다.
세상의 색을 내게 보여주고 들려주던 친구가 이제 곁에 없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모르고
일찌감치 타인과 거리두는 법을 배워온 내 영역안에
뻔뻔하게 자리잡고 잔소리를 늘어놓던 가에데가 이제 없다.
그런데... 애초에 색을 모르고 살던 내게
무채병이 하늘빛을 보여주며 찾아왔다.
내게 남은 1년 동안 나는 어떤 세상을, 어떤 색을 더 보게 될까.
아무색도 없던 때 내게는 가에데가 있었는데
가에데를 잃고 나서 색이 돌아오고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닥쳐온 죽음이 실감나지도 않고
뚜렷이 하고 싶은 것도 없던 그때
가에데가 쓴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전해 받는다.
하잘 것 없는 내용이 이어지는 페이지.
가에데가 하지 못한 일들을 넘겨 받은 나는
"해보라는 거지?"하고 묻는다.
대답은 들리지 않지만 남은 1년 내가 할 일이 이제 정해졌다.
먼저 죽은 그녀가 하고 싶어한 일을
내 마지막 1년 동안 해보는 거다.
"모르고 죽기보다 알고 나서 죽고 싶어, 나는." p.208
엄마한테 등짝 맞을 짓도 하고
친구도 만들고
가에데가 남긴 리스트를 하나하나 그어나간다.
모두 마치고 나면 비로소 먼저 간 친구를 만나러 간다.
리스트에 담긴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오히려 내 주위를 둘러싼 벽을 허물고
친구들과 가까워지지만
언젠가는이 아니라 1년 안에 내가 죽는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오해가 겹겹이 쌓여가지만
가에데의 진심을 알고난 내 마음은 더 깊어지고 익어간다.
"즐거운 기억이 쌓여갈수록 과거의 추억은 깊숙한 곳으로 밀려난다." p.326
가에데가 내게 남긴 건
살아갈 의지였고, 행복이었고, 세상이었다.
내게 마지막으로 찾아온 색은 가에데와 나의 색이었다.
아, 눈물나...
온갖 색이 섞여 있는 "네가 남긴 365일"의 표지에는 가에데와 유고의 세상이 한가득 담겨 있다. 예쁘네 하고 넘겼던 표지를 다 읽고 책을 덮으며 다시 보면 느낌이 다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