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포터의 "샤이"를 읽고
샤이 ✍️맥스 포터 소설, 민승남 옮김 - 다산북스 펴냄
중학교 입학시험 낙방. 두 학교에서 퇴학.
열세 살에 첫 경고, 열다섯 살에 첫 체포.
대안학교 라스트 찬스 Last Chance에 다니고 있는 샤이
마지막 남은 마리화나와 제일 좋아하는 테이프를 들고
부싯돌로 가득 찬 배낭을 멘
샤이가 들어가는 연못은 실제 하는 연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울의 호수이기도 하다.
딸기향 나는 립밤을 바른 여자 친구와 입을 맞추며 주말을 보내고 싶고
수염도 나고 키도 컸으면 좋겠고
엄마랑 단둘이 무한리필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
뷔페도 가고 싶은
샤이
하지만 극단을 달리는 정신은 샤이가 걷잡을 수 없다.
연못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샤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들 역시
시간의 흐름도
장소도
두서없이 흐른다.
엄마에게 입에 답지 못할 말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마치 '쩌리' 취급을 받고
더 나아지고 싶지만
나아지지 않고
가슴은 분노로 가득 차 오른다.
p.053
넌 아직 너를 몰라. 내 말을 믿어봐.
앞으로 알게 될 거야.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건
여러 계절이 걸리는 일이지. 넌 아직 봄이야.
p.075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면,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는 게 어때.
p.085
너는 지금의 너, 1995년의 샤이로 규정되지 않아.
(중략) 모퉁이만 돌면 내가 있어. 그냥 이 시기만 넘기면 돼.
p.087
다시 '실망의 간극'이구나, 샤이. 기억나?
(중략) 이건 '상실 중심' 사고방식이야, 맞지? 기억나?
(중략) 그건 너무 '켜진' 상태야. 넌 '꺼져야' 하거든. 샤이?
p.088
미안함이 잔뜩 든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걷는다.
p.093
네 엄마를 너와는 별개의 한 인간으로 생각해 본 적 있니?
p.111
현혹적인, 새까맣고 매끄러운, 조용한, 그 알 수 없는
무게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p.132
나, 길고 어두운 터널에 있었어.
길고 어두운 터널에 있다고 느꼈어.
p.136
감정의 기복에서 벗어나고 싶다. 정신을 멈추고 싶다. 완전히 꺼 버리고 싶다. 며칠이고 꿈도 없이 자고 싶다.
p.143
동이 트고 있다. 집은 부드러운 오렌지빛이고, 낮은 하늘은 분홍 솜으로 불룩하다. 그의 머리 위로는 푸른 광활함이 펼쳐져 있다.
연못 속으로 들어가던 샤이가 우연히 발견한 것들이 있다.
때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다시 삶을 붙들게 하는 건 정말 작은 계기가 아닐까.
그냥 살고 싶게 만드는 그런 거 말이다.
차라리 돌을 들어 유리창을 깨고 포효를 질러도
나를 걱정하고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인생은 취해서 흥청거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샤이가 하고 싶어 하던 그런 작은 소망들로도 채워지는 것이니 말이다.
연못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던
부싯돌로 가득 찬 배낭의 무게가
어느덧 느껴지지 않게 된 것처럼
샤이를 누르던 어둠도
언제 그랬느냐 싶게
살며시 물러났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에 이르니
온갖 말, 말, 말
시끄러운 말로 가득 차있던 샤이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크고 작은 글씨와
어지럽게 배치된 낱말들이
샤이가 겪고 있는 혼란 속에 내 머리채를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샤이"
아주 강렬한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다.)